어디로 갈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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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꺼나

김수미 0 3202
저자 : 박노해     시집명 : 노동의 새벽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어디로 갈꺼나
눈부시게 푸르른 오월
얼마 만에 찾아먹는 휴일인데
정순이는 오늘도 특근이란다
어디로 갈꺼나
프로야구 중계도 끝난
테레비도 싱거워
전자오락실에서 동전 몇 닢 ㄳㄳ 날리고
이 거리 저 거리 돌아다니기도 지쳐
시원한 생맥주 한 잔 하고
영화라도 한 편 보고
디스코장에라도 가고 싶은데
벌써 가불이 오만원째다
무엇을 할꺼나
얼마 만의 휴일인데
자꾸만 초조해
편지도 못쓰겠고 책도 안잡히고
에라 장기판 두드리다
짤짤이나 하다가 그도 시진하여
쥐포에 소주잔 돌리면서도
무언가 해야 하는데,
어디론가 가야 하는데,

등산친목회도 축구동우회도
한자공부도 독서모임도
잔업에 밀려 휴일특근에 깨져
아무것도 계획할 수 없어,
이러다간 삼주째 못본
사랑스런 정순이마저
날아가 버릴지 몰라

사장님은 교양 때마다
놀면 돈만 쓰니 젊을 때 열심히
잔업에다 휴일특근 시키는 대로
다 여러분을 위하여 가족처럼 말씀하시고
제미랄 좇도!
안쓰고 안먹고
조출철야 휴일특근 몸부림쳐도
가불액만 늘어 가고,
계획은 조각나 버려
아 그렇게도 기다리던 휴일날,
어디로 갈꺼나
갈 곳이 없다
무엇을 할꺼나
할 돈이 없구나
대책을 세울 수 없어
이 눈부신 신록의 오월에
우리는 빈속 소줏잔에 비틀거리며
슬픔을 마신다
분노를 마신다
쓰디쓴 노동자의 비애를 마신다

[이 게시물은 가을님에 의해 2008-03-23 03:19:26 시등록(없는 시 올리기)(으)로 부터 이동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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