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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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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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디로

김숙경 0 2284
저자 : 김숙경2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08년 5월     출판사 :
지금 어디로

김숙경

묵은 책갈피에서
찢어지고 색 바랜 메모지 한 장
얼룩진 채 잠자는 듯 
이 세월 기다렸나 견디어냈나
걸어서 터벅거리며
지금 나 어디로 가는데
이리도 분주해 나 시간이 없다하나
나무처럼 한 자리를 한 생애 지키며
눈 비 바람 오는 대로 맞고 견디며
그리워서 못 견딜 대상 때문에
외로움을 심히 타는 소심함을 참고 또 참고
다만 나 살아 있음으로
대상을 추억하며 기도하는 가
오랜 묵상 뒤에 아주 
아주 나중에야 말을 소리로 꺼내야하는
외로운 삶의 화두
기도하는 나 누구 대상은 누구
지금 나 어디로 가느냐고 묻다가
또 묻기를 몇 만 번
책갈피에서 몇 십 년 침묵하다가
활자 냄새에 취해 잠을 자다가
아 나의 글귀 꿈틀 되살아나서
어디로 가느냐고 내게 또 물으니
지금 서있는 사람 어디에
지금 나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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