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는 껍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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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는 껍질이 없다

김종제 0 1377
저자 : 김종제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고운사 절간이
무덤처럼 고요하다
배롱나무를 언제 심어놓았는지
처마끝에 매달아놓은 풍경을 닮았다
바람에 꽃끼리 부딪히며
범종처럼 댕댕, 공명을 울리고 있다 
배롱나무는 껍질이 없다고 
발끝으로 다가가 보니
맨몸처럼 빛난다
눈을 감고 손으로 더듬는데
상처 많은 뼈마디가 잡힌다
생에 오래 단련된 것들은
껍질이 사라지고 없는 것이라고
오래 묵은 산사나 무덤가에
배롱나무 심어놓은 까닭을 알겠다
뼈만 남은 저 나무를
엊그제 보고 온 것 같은데
이제는 쓰러져 와불이 된 사내
몸에 좋다고 껍질은 누가 뜯어가고
살도 없이
통뼈로 누워있는 당신
배롱나무 심어놓은 사람 죽으면
붉은 꽃 대신에
삼년이나 흰꽃이 핀다고
대웅전의 누가 넌지시 일러주었으니
나도 당신 옆에서
고즈녁한 배롱나무로 서 있겠다고
옷을 벗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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