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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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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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밭에서

김종제 0 1431
저자 : 김종제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황장재 지나가는데
후두둑 떨어지는 소나기
분명 화개리 어디쯤이었을 것이다
복사꽃 사태로 깜박 혼절했던
이곳이 오천솔일 것이라고
복사나무 지천으로 심어놓은
까닭을 물었더니
폐허가 된 곳에
복숭아는 잘도 자란다고 
나도 마음이 무너져내렸다고 했지
모래도 돌도 가득 들어차 있어서
복사 심어놓으면
무럭무럭 잘도 자라겠다고
산사태로 내가 묻혔던 곳이
서울에서도
무악재 지나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누군가 내 무덤위에
복숭아나무 심어놓았으니
해마다 사월이 되면
연분홍 복사꽃 흩날리고
그렇게 또 넋이 나간 채 찾아갔던
복사밭에 장마가 지면
향그러운 열매 몇 개 얻으려고
두 손을 내밀었겠지
아, 폐허의 눈물 같은 복사가
나를 빼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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