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갑자 동방석
서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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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8 00:45
저자 : 서영숙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8년
출판사 :
삼천갑자 동방석
서 영 숙
국립재활원 반 토막 생을 밀고
비탈길을 오르는 여자
바람도 중심을 잡느라 진땀에 젖는다
일어서 보겠다고
깨진 유리창 구멍으로 흘러 들어온
햇살 한 움큼 움켜쥐고 어렵사리 내딛던
중심 잃은 발, 털커덕 내려놓더니
좀체 앞으로 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쪽 어깨에 세상을 쑤셔 넣고
태엽을 조여 보는 그녀,
조이면 조일수록 퉁겨져 나가는 아픔
천만 번 더 주저앉고 싶었을 멍울이 우거져
그늘이 짙다
앞설까 뒤설까 난처함이
마음 지퍼를 열었다 닫았다 망설이는데
"안녕 하세요"
상큼한 바람이 문을 열고
뒤틀린 달팽이관을 후려친다
균형을 잃은 부끄러움이 어지럽다
재활원 비탈길
건들면 와르르 무너져 버리고 말
절망과 희망의 틈새
칼 지난 상처마다 옹이 박히고
눈물 담금질로 무쇠 꽃 붉게 피었다
어둔한 걸음걸이로 우주를 넘나드는
삼천갑자 동방석
한 세상 가쁜 호흡이 꽃불처럼 환하다.
서 영 숙
국립재활원 반 토막 생을 밀고
비탈길을 오르는 여자
바람도 중심을 잡느라 진땀에 젖는다
일어서 보겠다고
깨진 유리창 구멍으로 흘러 들어온
햇살 한 움큼 움켜쥐고 어렵사리 내딛던
중심 잃은 발, 털커덕 내려놓더니
좀체 앞으로 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쪽 어깨에 세상을 쑤셔 넣고
태엽을 조여 보는 그녀,
조이면 조일수록 퉁겨져 나가는 아픔
천만 번 더 주저앉고 싶었을 멍울이 우거져
그늘이 짙다
앞설까 뒤설까 난처함이
마음 지퍼를 열었다 닫았다 망설이는데
"안녕 하세요"
상큼한 바람이 문을 열고
뒤틀린 달팽이관을 후려친다
균형을 잃은 부끄러움이 어지럽다
재활원 비탈길
건들면 와르르 무너져 버리고 말
절망과 희망의 틈새
칼 지난 상처마다 옹이 박히고
눈물 담금질로 무쇠 꽃 붉게 피었다
어둔한 걸음걸이로 우주를 넘나드는
삼천갑자 동방석
한 세상 가쁜 호흡이 꽃불처럼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