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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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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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출 0 1531
저자 : 김형출     시집명 : 『내 앞에 열린 아침 4』
출판(발표)연도 : 2005     출판사 :
참욕정

                    김 형 출 


뱀 한 마리 지나간다
나는 동굴을 뒤지고 있었다
컴컴한 그림자 사이를 정신없이 뒤지고 있었다
더듬고 만지고 퍼마시고, 동굴 안에서 토템이즘을 보았다
아기집도 보인다
원초에 목적은 뿌리였다
뿌리 찾아 유선형 머리 달린 뱀 욕정을 뿜어댄다
컴컴한 우물단지는 두레박을 퍼마신다
심별 한가운데 동굴과 뱀이 살고 있다
어쩌면 생명의 보물섬을 찾아 보신하고
숨을 쉰다는 거룩한 조화여
부끄럽지 않은 원시여
몸 안팎에 뱀과 동굴이 살고 있다

뱀 한 마리가 동굴 안에 죽어 있다
쑥과 마늘로 염하며 주검을 부둥켜안고
고향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동굴은 가녀린 자궁이다
뱀은 꿈틀댄다.
     
          -동인지 『내 앞에 열린 아침』(2005엠아이지)-

 






-동인지『내 앞에 열린 아침 4』 엠아지이(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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