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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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어느 날

박병금 0 1508
저자 : 박병금     시집명 : 세상읽기
출판(발표)연도 : 2008     출판사 : 도서출판 모던
중년, 어느 날
 
                      박병금

죄 없는 안테나만 혼란스럽다
이리 맞추고 저리 맞춰 봐도
이중 삼중으로 나오는 텔레비전 영상,
사시사철 저체온으로
싱그러움 유지하던 냉장고
어느 순간 냉기를 잃더니 덥덥해 진다
또 새것으로 바꿔 달라는 신호인가보다

뾰족구두에 살색양말
신은 듯 만 듯 한 미끈한 다리로
살랑살랑 거리를 쏘다녔는데
두꺼운 발목 양말에 반바지가 편한,
남이야 보든 말든
만원버스의 빈자리를 찾아 잽싸게 앉는
세상에 부끄러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는

모였다 하면
자식 얘기 남편 얘기가
빨간 능금보다도 탐스럽게 여물어가고
가끔은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즐겨 듣는
여유로움도 만끽해보지만
느닷없이 찾아오는 신경통에
온 밤 헤매고 다니는 날이면
내 몸 그 무엇으로도
어쩔 수 없음을 안 어느 날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09-11-13 00:28:50 시등록(없는 시 올리기)(으)로 부터 이동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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