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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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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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금 0 1094
저자 : 박병금     시집명 : 세상읽기
출판(발표)연도 : 2008     출판사 : 도서출판 모던
환승

박병금

한 움큼 바람을 앞세우고 밀려오는 지하철 굳은 표정에 조금은 상기된 듯한 얼굴로 갈아타는 곳에서 탑승하는 한 여인, 중간 중간 내리실 분은 오른쪽 혹은 왼쪽 출구로 내리라는 안내방송에 술주정뱅이 그 남편 생각하면 지금 이라도 당장 눈 꾹 감고 도중하차하고 싶지만 어떻게든 참아서 종착역까지 둘이 손잡고 개찰구 빠져나갈 그날 생 각하며 허공중에 매달린 손잡이에 몸 기대어 이리저리 흔 들리며 그 여인 밀려가고 있다 현실의 이쪽을 외면하고 지나가는 화려한 창밖 세상 잔등이로 어깨 들썩이며 울며 가 고 있다 여자 팔자 뒤옹박 팔자라 했던가 물 위의 기름 뒤 틀린 오장육부를 다 보여주고 싶을 뿐 억지로 끌려간다, 아니다 밀려간다 뒤차의 뒤차, 뒤차의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마음 닿아야 할 곳에 닿지 못한 그 여인 울리지 않는 전화기 하나 손에 들고 지금 세 번째 환승을 기다리고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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