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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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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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

박병금 0 979
저자 : 박병금     시집명 : 세상읽기
출판(발표)연도 : 2008     출판사 : 도서출판 모던
산천어

                          박병금

제 몸 아파 피멍 드는 줄도 모르고
온몸으로 자갈 파서 집 짓고는
산란 후 몸 추스를 새 없이
말없이 죽어가는 산천어를 보았다

장롱 속 쌓여 있는 속내의를 두고
굳이 구멍 난 옷
기워 입기를 고집하는 어머니
낡고 오래된 부엌살림
나는 곧장 내다버리고 어머니는
내가 버린 물건을 똑같은 장소에
갖다 놓기를 반복하는
당신의 사는 방식이 싫었다

아들의 방 청소를 하며
낡은 전기스토브 하나 버리려다 말고
다락방으로 들고가니
이미 구닥다리 세간들로
꽉 채워놓은 내 모습에서
영락없이 그대로인 내 어머니를 보았다
쏜살같이 급류 타고 헤엄쳐
어미의 그 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지리산 자락 산천어를 나는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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