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알코올중독자의 죽음-제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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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알코올중독자의 죽음-제2집

바람의눈빛 0 1265
저자 : 전병조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1     출판사 : 개미출판사
어느 알콜중독자의 죽음



1

남자의 서투른 광기
일탈된 일탈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며
나는 현실을 가공한다
고백이 자백으로
자백이 죽음으로 바뀌어지는 떠돌이의 환상


당신들은 나비의 돌연한 부활을 믿는가
사별 이후 홀연히 찾아오는 유혹의 세계
나는 지금 내가 살아 있는 현존의 세계를 거부한다


원시적 생명인 광기의 고향
그는 붉은산에 묻히고 싶다고 했다
화산이 폭발하고 우주가 팽창하는 원시의 그곳에서
그는 또 다른 생명체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다


오늘도 세상으로부턴 아무런 제안도 들어오지 않는다
'모짜르트 심포니 No.40-3악장'을 들으며 나는
환상의 폭포수 속에서
자백이 고백으로
고백이 자백으로 흐물거리며 새롭게 탄생하는
돌연한 부활의 예감에 사로잡힌다


이제 더이상 고기가 살 수 없는 어항 속에선
침묵할 수 없는 침묵들이 수초속을 웅얼거리고
그 침묵의 자궁 속에서
깊은 심연의 원시적 생명들이 지상에 대항하여
끊임없는 시위의 나팔을 불어대는 삶에의 절대적 사투


그리고 꿈을 꾸듯 창틀을 끼고 도는
절망의 자꾸만 겹쳐지는 절망의
동갑내기 쯤 되어보이는 바퀴벌레의 유혹
(빠삐용이 웃는다 '징그러운' 연민에 일그러진 미소)


붕어도 따라 웃는다
십만년 아니 백만년을 더 떠돌아다녀야 할 우주공간을 향하여
절망을 쏘아올려 희망으로 바꿀려고 하는
저 낚시질 같은 침묵의 시위


2


굳게 닫힌 교문의 쇠창살 사이로
텅빈 교정을 바라다보아야만 했던 내 이십대 초반
슬픔과 감미로움이 동시에 마음을 사로잡았던 저 젊은날의 어느 오후
하지만 어느새 마흔의 고개를 훌쩍 넘어
암울한, 시대의 마지막 외투를 걸치고 나는
역사의 어느 지점
갑자기 침몰해버린 전설의 대륙
아틀란타를 아느냐 묻는다 그에게 아니면 그 누구에게
치욕과 공포를 절규하며 조용히 사라져버린 전설의 대륙
아틀란타

또 나는
태양계를 벗어나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날들을 별들과 함께 우주를 떠돌아다녀야 할지도 모를
파이어니아호의 존재를 아느냐 묻는다
모두가 심연에 존재하는 우주와 해저의 신비
가공할 사별의 이후에나 만나게 될 유혹의 세계
그 심연을 향하여 절망을 쏘아올려
자꾸만 희망으로 바꿀려고 하는 인간들의 노력
미지에 대한 인간들의 끝없는 욕망
그건 바로 영원이었다
심연으로부터 태어나 심연으로 되돌아가려 하는 인간들의 염원


3


그는 붉은산에 묻히고 싶다고 했다
균열과 폭발의 대혼란 속에서
원시적 생명이 꿈틀대며 되살아나는 광기의 고향
날마다 되풀이되는 일탈된 일상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며 그는
붉은산에 묻히고 싶다고 했다
그 누구도 해명할 수 없는
오직 죽음으로써만이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광기의 고향
붉은 산으로......


죽을 때까지 부화되지 못할 알의 껍질을 둘러메고
하늘 높이 올라
그는 붉은산에 묻히고 싶다고 했다


오늘도 세상으로부턴 아무런 제안도 들어오지 않는다
정각 열두시를 알리는 사이렌의 중첩되는 사라짐
장례행렬에 이어지는 영구차의 바퀴자욱
조용히 구름으로 나부끼는 나비의 날개
'모짜르트 심포니 No.40-3악장'이 산자락을 흐느끼고
습기찬 무덤의 풀잎들이
나장조의 율동으로 조용히 누웠다 일어섰다




바람의눈빛 전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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