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이 주는 의미-제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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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이 주는 의미-제2집

바람의눈빛 0 1257
저자 : 전병조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1     출판사 : 개미출판사
달력이 주는 의미




공기 중에 배어 있는 그 무엇인가에 의하여
11월의 달력은 떨어져 나간다
흙무덤 위에서
잔디가 몸살을 앓듯 누웠다 일어선다
풀들이 바람을 타고 자꾸만 부풀어오른다
결코 상대방과의 타협을 불허하는 달력은
항상 나에게
무언가 새로운 의미를 남기며 떨어져 나간다
죽음과 탄생에 대한 다큐멘트리를
그림과 숫자로써 이야기 한다


12월의 달력은
나뭇가지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소년의 눈처럼 불안하고 위태하다
내가 누운 방안에서 하늘이 흔들린다
나뭇가지의 눈을 털어내며 그녀는 꽃처럼 일어나 앉는다
달력 속에서 그녀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저 몸으로만 말을 한다


야생화된 그녀의 몸은
따뜻한 벽난로 앞에서 자꾸만 옷을 벗는다
깍으면 깍을수록 커지는 구멍처럼
저으면 저을수록 불어나는 거품처럼
그녀의 경제(經濟)가 공중에 매달린 채 흔들린다
천정에 집을 지은 거미처럼
눈을 감아도 그것은 거기에 있고
눈을 돌려도 그것은 거기에 있다


그녀가 웃는다
그녀의 웃음은 돌담을 훔쳐보는 삵괭이의 웃음같다
그녀의 몸에서 봄꽃 향내가 강하게 풍긴다
팽팽하게 당겨진 시간의 종아리에서
봄불이 일어난다
불꽃은 제 속에서 일어난 연기를 스스로 태우면서
화려한 춤을 춘다


사람들이 들판에 불을 놓는다
그녀의 얼굴 위로 투명한 눈물이 흐른다
그녀의 눈물 너머로 나는 반쯤 감긴 눈을 통하여
죽음과 생명이 혼합된 바로 죽음이 생명이 되는
영원한 不死의 현장을 올려다본다
바로 거기에 그녀의 무덤이 있고
거기서 그녀는 아름답게 누워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누군가가 나를 이해한다고 말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존재의 영원한 이중성을 알몸을 다하여
나에게 보여준다





바람의눈빛 전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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