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제1집 바람이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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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제1집 바람이 가는 길)

바람의눈빛 0 1100
저자 : 전병조     시집명 : -(제1집 바람이 가는 길)
출판(발표)연도 : 2016     출판사 : 솔디자인
광장에서




이상한 밤이었다
구름은 움직이고 바람은 없다
쥐똥나무 울타리 틈 사이로
반딧불이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저승사자의 신출귀몰마냥
빛과 같은 그림잘로 꽁무니를 번득거렸다
그러한 밤의 한가운데서 나는
광장에 서 있는 한 조각 동상의 모습으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동상의 침묵이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현실을 느낄 줄도 모르는 건 아니다
광장에 휘날리는 너절한 선전문구들
내용과는 상관없이
기회만 주어진다면 아니 불어오는 바람에
제대로 각도만 맞추어진다면
모두들 한번쯤 날아오르고 싶어 한다


바람이 분다
돌풍에 가까운 습기찬 바람
내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내가 알지 못하고 있는 내 자신에 대한 난폭성
바로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두려움은 더욱 큰 두려움을 가져오니
마음을 비우라고 당신은 말을 한다
두려운 충고 바로 그 두려움에 대한 충고 속에서
바람이 불때마다 당신의 입술은 비뚤어진다
여자의 변덕이란......


***** *****


나는 동상의 자세를 조금 바꾸어 본다
우리는 어쩌면
도저히 손안에 넣을 수 없는 희망을 꿈꾸며
하루를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죽음에의 안식을 위하여
부단없이 꿈을 꾸며 잎사귀를 갉아먹는 애벌레의 삶처럼
한때의 우화(羽化)에 모든 걸 내맡기고
가느다란 풀잎줄기를 오르내리는지 모르겠다


광장에는 바람소리 요란하고
내 안에는 지루한 침묵만이 팔짱을 두른 채 앉아 있다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수은과도 같이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한 가지 생각
담배를 피워 물며
석가는 왜 진흙탕 속에서 피어난 연꽃이
더욱 아름답다 했을까


가장 음탕하고 끈적거리는 진흙탕 속의 진리
환락과 퇴폐, 폭력과 무질서
포르노보다 더욱 생생한 음란물 테잎
흥행과 예술
우리가 느끼는 것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과
가장 추하다고 느끼는 것과의 차이


수석과 괴목 그리고 동물적 돌연변이와 인간의 아름다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 구조로부터의 탈출
남몰래 수음(手淫)을 즐기며 괴로와하던 소년들이
이제는 당당한 젊은이로 성장하는 몇 가지 의미 있는 이중구조
광장에 바람이 멎으면 광장에 어둠이 짙어지면
광장은 더욱 따분한 생각들로 온밤을 지새운다




바람의눈빛 전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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