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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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를 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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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오영록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고구마를 캐다

송편소를 하기위해 캔 고구마
넝쿨과 붙어있던 곳에서
눈물 같은 하얀 진액을 왈칵 쏟더니
이내 까맣게 딱지를 만들며
스스로 상처를 아물 이고 있다
어미와 막 헤어진 상처,
생명창조의 흔적 배꼽이다
흠칫
첫울음이 고여 있는
나의 배꼽도 따라 욱신거리는 것이
어머니가 있었다는 증거이다
나도 탯줄이 잘렸을 때
저 고구마처럼 스스로 상처를 말렸을까
그렇지 않다
낳아 자족 하기까지 살피다 자른

또 하나의 탯줄
심장 한 편에
고구마 진액처럼 말라붙은 딱지가
가끔 신경통처럼 쑤신다.
이제 고구마를 잃은 넝쿨은
둘둘 말려 밭둑에 걸쳐 있다가 거름이 되거나
소, 말의 먹이로 쓰일 것이다
시들어 가고 있는 줄기가
쪼그라진 어머니 젖꼭지 같다 
고구마를 쪘다
햇볕이 가득한 고구마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와스스 쏟아질 것 같은 뙤약볕
어둠 속에 저 빛을 모으기 위해
사막을 허둥댔을
어머니의 구멍 난 고무신 같은 넝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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