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엽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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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엽에게서 배운다

김기상 0 1307
저자 : 혜천 김기상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0     출판사 :
억겁의 세월이 자리해 온 허공으로
한 점 미련없이 몸을 날려
새로운 길<道>을 찾아 떠나는 낙엽아
너로 하여
참으로참으로 많은 것을 배운다

새봄에 새로이 움이 돋아 나올 터를 다지기 위해서
스스로 물러나는 너희 모습을 보면서
공동체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서라면
때로는 용퇴(勇退)의 결단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를 일깨워 주는구나

살아 있을 때는 날이면 날마다
광합성작용을 통해서 나무의 성장을 도왔고
죽어지면 썩어져 흙속에 거름으로 머물면서
또다른 생명체의 영양이 되어 주니
이웃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올곧은 삶과 값진 죽음이 무엇인가를
되묻게 하는구나

갈매빛 단색으로 버티던 너희가
살아생전 처음으로
빨강 · 노랑 등 화려한 색상의 옷으로 치장하고
마지막 떠날 채비를 서두는 것을 보니
삶 못지않게 죽음 또한 아름다워야 함을
깨우쳐 주는구나

바람이 실어다 내려주는 곳이
산이든, 들이든, 강이든 개의치 않고
한 마디 불평이나 서러운 표정없이
그곳이 바로 자신의 무덤인 양
선선히 몸을 눕히는 너희 모습을 보면서 
철두철미한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자기겸손을 배운다

시작과 끝이 분명하고
그만둘 때와 떠나야 할 때를 스스로 감지하여
단 한 치의 유예(猶豫)라곤 없이
결기 하나로 의연하게 처신하는 너희야말로
현실에 안주하려 하고, 연명(延命)에 급급하는
우리들 인간들을 더없이 부끄럽게 하는구나
 
낙엽은
비록 하나의 하찮은 이파리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들 인간에게
최선으로 인생을 살고
아름답게 죽음을 예비할 것을 일러 주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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