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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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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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길가 0 1908
저자 : 정진혁     시집명 : 간잽이
출판(발표)연도 : 2010     출판사 : 세계사
견디는 시간 사이로 퍼붓듯 내리는 비는 몸 어딘가에 얼룩을 만들었다 그 집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누워 있는 고만고만한 삶이었고 담장 사이 오동나무 잎은 간밤에 더 넓어져 지붕을 덮고 있었다 안방 천장의 얼룩이 마르기 전에 지붕에 오르면 한 쪽이 흘러내려 다른 쪽도 흘러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기와들이 젖어 있었다 지붕에 오르는 날에는 사다리를 타고 높이 높이 오르고 싶었지만 더 이상 마음을 걸칠만한 곳이 없었다 어쩌면 우리에게 지붕이 없었는지 모른다 삶의 기울기를 아버지는 한숨소리로 밀어 올리고자 했지만 심한 비탈에 누운 삶은 자꾸 아래로만 흘러 내렸다 생의 까끌한 기와를 들어내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살림 저 안에서 들리는 어머니 고단한 소리는 멀게만 느껴졌다 햇볕이 기와에 하나씩 매달려 맑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다가 별스런 대책도 없이 그저 밀어 올리고 견뎌야 하는 시간이 너무도 길어 아버지는 엉거주춤 서 서 오동나무를 보며 그 놈 참 잘도 큰다며 실없이 웃으셨다 오동나무 그늘과 흘러내린 기와에 모든 오늘이 누워있었다 그런 날에는 낡은 지붕의 용마루가 더 가파르고 밤이면 오동나무 잎 툭 떨구는 소리 영락없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꿈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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