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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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강 너머

꿀떡 0 1553
저자 : 정진혁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0     출판사 :
겨울 강 너머
                                                  정 진 혁


한 밤이면 언 강은 상처를 내며 울었다
강 건너 불빛이 따스하다
어쩌다 당신이 그리워졌다
강물은 얼기 시작한 지 오래다
살다보면
강보다 먼저 얼음이 깔리는 가슴에
저 건너 조그만 체온을 들여다보며 살고 싶다
자주 먼 곳을 그리던 눈길이
스무 여드레 캄캄한 달을 밀고 나간다
긴장을 못 이긴 강심 갈라지는 소리
도처에 숨구멍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미끄러지는 발길에 눈발이 시야를 가렸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커다란 귀가 거친 숨을 쉬었다
강이 풀리고 나면 다 흘러갈 뿐
서 있지 못 할 몸
강물 속 수초처럼 누워도 괜찮다고 괜찮다고 했다
시커먼 아가리는 언제나 내 몸과 함께 살았다
나의 숨구멍을 위해
어쩌다 당신이 그리워졌다
처음 만난 것처럼
어둠이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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