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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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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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벌레

오영록 0 1652
저자 : 오영록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0 다시올 겨울호     출판사 :
자벌레







산책길에 가슴께 붙은 자벌레 한 마리

몸을 쭉 늘렸다 옴츠렸다 하는 모습이

막대로 거리를 재는 듯 하다

부지런히 오가는 모습이

아무래도 내 마음을 재고 있다 

그동안 쌓아놓은

덕의 높이를 재는 모습인데

가끔은 머리를 휘저으며 무엇인가

확인하듯 살펴보기도

한참씩 망설이기도하는 모습이

선악의 넓이를 재고 있다

한참을 오가던 자벌레

어찌된 일인지

한참을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행한 선 앞에서

잴 것이 없는 모양이다

저 작은 자벌레의

한 키도 될 수 없는

선행이었는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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