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닫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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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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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닫이

길가 0 1958
저자 : 정진혁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8     출판사 :
반닫이



도시의 산동네가 낯 설은 서산댁은
낡은 반닫이 문을 연다
바다가 펼쳐지며 먼 갯벌에서 불어온 비린내가
온 방안을 적신다
서산댁은 맑은 눈으로 바다를 뒤져
뭔가를 꺼내고 있다
길게 비벼온 생의 자국들이 시커멓게 눈을 뜬다
갯벌에서 막 나온 낙지의 발이 지난 기억처럼
반닫이 밖으로 삐져 나오고 있다
한참을 뒤지다 찾고 있는 것을 잊은 듯
미동 없는 짐승이 되어
세월처럼 쭈그리고 앉아 있다
남편이 간 물길을 쳐다보는 것일까
집 채 만한 파도가 일렁인다
거기 황혼의 빛이 있고
죽어라 갯벌 속을 긁어 대던 호미소리며
굴 까던 시린 손이
조개국물 같은 진한 슬픔을 찾는 것인가
생의 비릿함에 문을 연 것은 아닐터
먼저 보낸 남편의 따듯한 손길이 배인 옷 한 벌이며
갯벌 속을 헤매며 입던 후줄근한 몸빼바지
몇 벌 꺼내진다
이고 지고 살아 온 보따리가 어지럽다
낙지며 소라 바지락 맛조개
보이는 것만을 믿고 잡아 올리던 손이
그 어디를 뒤져도 헛손질이다
살다보면 그런 게 있다
어디서부터 느릿느릿 걸어 나오는 것인지
도대체 잡을 수 없는
낮잠 같은
반닫이 속을 다 비우고도 찾을 수 없는
통곡 같은
시커먼 갯벌 속에서
찾을 것이 더 있다는 듯
서산댁은 쉽게 문을 닫지 못하고
그녀의 몸이 점점 갯벌 속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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