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빈집

저자 : 박후식     시집명 : 손금
출판(발표)연도 : 2005     출판사 : 한국문연
빈 집

박후식


 언제부턴가 빈집에 산이 들어와 살더니 오늘은 눈이 내려 그만 빈집이 눈 속에 묻히고 말았다
 눈 덮인 빈집에는 문밖을 에돌던 싸리나무가 허리를 굽히고 들어와 눈을 치우고 불을 붙였다
 그런 밤이면 눈 속에 묻힌 집이 방문을 열고 어서 들어오라고 했다
 빈집에는 아무도 없는데 정녕 적요뿐인데,
 나는 그런 집이 이미 익숙했던지 무너진 헛간 뒤로 가서 살구나무 사이로 누군가를 기다리며 있었다.
 그럴 때면 빈집 불빛이 살구나무 아래까지 내려와 발등에 불을 놓았다
 빈집에서 나온 불빛은 한참동안 내 곁에 쪼그리고 있다가 다시 산으로 들어서고
 눈은 자꾸 무릎까지 올라와 나는 하는 수 없이 눈을 뒤집어쓰고 살구나무로 서 있었다.
 빈집에 눈이 내리면 산은 더 멀리서 울고 
 나는 그때마다 빈집이 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이유를 조금씩 생각하며 있었다.
 지푸라기며 콩깍지며 싸리나무 이파리까지도 빈집이 놓고 간 체온으로 저마다 처마 밑에 섬을 만들고 있었다.
 섬은 눈 속에서도 울음의 높이를 조절하며 있었다.
 눈 속으로 떠난 빈집은 눈으로 더 깊어지고 
 사각거리는 소리, 그럴 때면 바람은 뒷방 다락에서 해묵은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내며 있었다.
 산은 더 먼 곳으로 떠나고, 나는 살구나무로 서 있었다.



.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