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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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고 싶다

김형출 0 2777
저자 : 김형출     시집명 : 시집『달거리』
출판(발표)연도 : 2010년도     출판사 : 문학의 전당
훔치고 싶다

                      김형출


카프카의 동공으로
인간 세상을 훔치고 싶다
내 힘으로는 훔칠 수 없는 그런
모순덩어리를 훔치고 싶다
아무도 몰래 달을 훔쳐내는

고향이의 지혜처럼
날카로운 긴 수염으로
관능적인 어머니의 넉넉한 자궁
그 자궁을 훔쳐내고 싶다
찢긴 우산, 허물어진 우산 사이로 흐르는
레종 Raison 앞에
새치름하게 앉아 있는 고향이 눈처럼
초승달이 푸르다
내 힘으로는 훔칠 수 없는 그런
모순덩어리를 훔치고 싶다

깡통처럼 비어 있는 빈발이라도 좋다
너에게 전할 수만 있다면


        -시집『달거리』문학의전당(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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