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歸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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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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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歸家)

김형출 0 2193
저자 : 김형출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1년도     출판사 : 포천신문사
귀가(歸家)

                          김형출


1
벌건 대낮에 구멍이란 구멍은 다 뚫렸다
원망 책망 절망 분노 불안 공포 아우성 울음
기형도의 ‘죽은 구름’이 떠올라 숨이 차오른다

“이런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온 것처럼
비닐 백의 입구같이 입을 벌린 저 죽음”

미친 걔들 개머리진지에서 불을 내뿜었다
그리고 경멸의 눈으로 오늘, 연평도가 터지고 금이 갔다
고약한 날이다
미친 개머리가 꾸며낸 그 짓거리는 죽음을 경험하는 기습이다
죽음을 수단으로 삶을 확장하는 불장난은 유치하다
불길이 휩싸인 공포와 변화의 불안
잠시 기억을 잃어버린 연평도는 전자 발찌에 강간당한 기분이다
질서를 해체한 미친 걔들의 NLL 성욕 말이다
불발탄에 추악한 성기를 들어낸 욕정이다
구경꾼들 배꼽은 호기심 유발하고
폭탄주에 그을린 상흔은 코미디를 낳았다
말과 말에 깔린 연평도는 지금 신음 중이다
국경의 비대칭전력에 희생된 변명들
에둘러 조문하지만 연평도는 아무런 말이 없다
안개 자욱한 연평도에 파도가 을씨년스럽다
녹슨 바다에 새겨둔 두 동강의 자화상이 슬프다 못 해 혼미하다
지혜로워야지, 나를 기다리는 뭍으로 돌아와야지

2
고달픈 하루해가 길어도 돌아올 수만 있다면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루 이틀쯤이야 늦어지면 어때서,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무소식아!
화들짝 놀라지도 못하는 슬픈 군상이여!
이별이 서러운 미운 것들아!
살아생전 서러워서 기도를 올린다
지금 당장 돌아오시라고 지금 당장 돌아가시라고
대답 없는 연평도 앞바다엔 무청 같은 파도가 사납고
범접할 수 없는 붉은 그림자의 환생을 기다린다
부처님의 자비와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한데도
슬프다 두 동강이 난 차디찬 연평도 앞바다
생때같은 내 자식들아
날벼락 같은 어부들아
이 세상의 망자들아
연평도는 어디 있느냐? 넘실대는 무소식아


포천신문 2011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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