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고향집에서는
김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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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3 18:25
저자 : 김대식1
시집명 : 저 별까지는 가야지
출판(발표)연도 : 0
출판사 : 시사랑 음악사랑
어릴 적 고향집에서는
제산 김 대식
겨울밤 엄마는 밤 마실 가고
어린 우리만 옹기종기 모여 귀신 얘기로 밤을 보낸다.
어스름 호롱불 그림자가 귀신처럼 움직이는 밤
무서움에 이불 속으로 머리조차 숨기면
뒷문으로 으스스 귀신이 발 잡아끌 것만 같아
몸조차 움츠린다.
하필이면 똥은 꼭 밤에 마렵다.
대숲이 으스스 어둠이 귀신같이 어른대고
부엉이 도토리나무에서 울어대는 곳
뒤 헛간 지나 정낭은 하필이면 대밭 아래 있다.
똥을 누면서도
하얀 종이 줄까 빨간 종이 줄까 하며
엉덩이를 닦아줄 것만 같은 똥 할미귀신이
금방이라도 손을 쓰~윽 내밀 것만 같아 무서운 긴장
어른들께 들은 말
닭장에 가서 세 번 절하고 빌면
밤똥 안 마려울 거라는 말에
닭장 가서 절한다.
그러고는 무섭지 않은 듯 방으로 들어간다.
세 번 절 받은 그놈의 닭들
새벽마다 요란하게 세 번씩이나 꼬끼오하고 야단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다음날부턴 밤똥이 마렵지 않다는 거야.
http://jaesan.cafe24.com
제산 김 대식
겨울밤 엄마는 밤 마실 가고
어린 우리만 옹기종기 모여 귀신 얘기로 밤을 보낸다.
어스름 호롱불 그림자가 귀신처럼 움직이는 밤
무서움에 이불 속으로 머리조차 숨기면
뒷문으로 으스스 귀신이 발 잡아끌 것만 같아
몸조차 움츠린다.
하필이면 똥은 꼭 밤에 마렵다.
대숲이 으스스 어둠이 귀신같이 어른대고
부엉이 도토리나무에서 울어대는 곳
뒤 헛간 지나 정낭은 하필이면 대밭 아래 있다.
똥을 누면서도
하얀 종이 줄까 빨간 종이 줄까 하며
엉덩이를 닦아줄 것만 같은 똥 할미귀신이
금방이라도 손을 쓰~윽 내밀 것만 같아 무서운 긴장
어른들께 들은 말
닭장에 가서 세 번 절하고 빌면
밤똥 안 마려울 거라는 말에
닭장 가서 절한다.
그러고는 무섭지 않은 듯 방으로 들어간다.
세 번 절 받은 그놈의 닭들
새벽마다 요란하게 세 번씩이나 꼬끼오하고 야단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다음날부턴 밤똥이 마렵지 않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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