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을 따라 - 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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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을 따라 - 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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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조은-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강물을 따라

조 은

붉은 물살이 산을 흔드는 동안 가을이 왔다. 산을 씻으며 시작된 강물은 어느새 평화로운 흐름을 익혀 흘러간다. 드문드문 반짝인다. 그것이 눈부셔 우리는 실눈을 뜨고 걷다가 빈 집 앞에 선다. 하늘을 제 속으로 들게 하며 강이 완만하게 흐름을 늦추는 것이 사철 보였을 집 안엔 운동화 한 짝, 금간 벽, 양은냄비와 사기그릇이 찌그러뜨리고 깨어버린 추억. 밀폐된 방에 상하는 것들의 그리움. 외짝의 운동화 안에서도 풀들은 행색을 갖추고 꽃을 피워 다시 살 채비를 한다. 집은 추억을 놓치며 조금씩 기울어진다. 머리카락에 목이 감긴 풀의 하늘은 단풍든 듯 노랗다.

 - 계간 문학동네 1996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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