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마누라의 잔소리[수필]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ㅋㅋ~.마누라의 잔소리[수필]

장수남 0 2047
저자 : 장수남.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4.2.12     출판사 :
ㅋㅋ~.마누라의 잔소리.


엊그제 같으면 며칠이나 되었을까.
겨울 끝자락은 찬바람이 찾아와 날개를 달았다. 떠나기 싫은지 한숨 길게 내 뿜으며 기승을 부린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경기 강원 산간 지방에는 폭설이 내려 벌써 5일째 마을은 고립되어 사람은 오도 가도 못하고 갇혀 있단다. 그래도 이곳 부산은 꽤나 복 받은 도시인 것 같다. 간혹 눈도 아니고 비도 아닌 진눈개비의 험한 인상이 바람에 날려 허공을 꽉 채운다.

오늘따라 마눌하고 거실에 앉아 지루하게 텔레비전만 보고 있었다. 소치 올림픽이 며칠이 지나도록 메달 소식도 없다. 너무 기다렸을까. 탈락 탈락 하도 따분하고 해서 오후에는 바람도 쏘일 겸 외출을 하자고 했다. 마눌 듣던 중 제일 반가운 소리인지 벌떡 일어나 빨리 나가자고 설친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 전철을 타고 자갈치 방향으로 향했다.

전철 역사에 내리면 지하로 끝이 안보일 정도로 상가들이 즐비하게 간격도 없이 늘려있다. 우선 마눌은 천천히 걸으며 이 가게 저가에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자기 조그만 손가방 까지 나한테 맡기고는 자기는 홀가분하게 가게에 들어가서는 이것저것 만져보고 주인한테 가격도 물어보고 통 사지도 않으면서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이때부터 지루하고 짜증만 나고 나는 마눌 옆에 가서 작은 소리로 빨리나가자고 했다. 마눌은 들은 척 만 척 또 다음가게로 자리를 옮긴다. 야. 미치겠다. 이제부터 머리 뚜껑이 열리고 실실 돌기 시작한다.

이렇게 얼마를 따라다니다 지상으로 올라왔다. 짐 꾸러미는 내가 도맡아 들고 다니고 자기는 마냥 홀가분하게 다닌다. 이렇게 해서 제일 복잡한 자갈치 생선코너로 들어갔다. 어찌나 사람이 붐비는지 사람 어깨에 받혀 따라다닐 수가 없다. 여기서도 마눌은 생선이란 생선은 다 훑어보고 도저히 움직일 줄은 모른다. 팔에 짐은 꽉 무겁지 애라 모르겠다. 나도 간 큰 사나이가 되어보자. 나는 마눌 앞장을 섰다. 많은 사람 틈사이로 한참 빠져 나오다 보니 마늘이 안 보인다. 나는 한쪽구석에 서서 많은 사람 틈사 이를 이리저리 살피고 마늘을 찾기 시작했다. 좀처럼 나타나질 안는다. 우리는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다.

큰일 났다. 마눌 손가방도 내가 들고 다니고 있지 않는가. 휴대폰도 손가방 안에 잘 보관 되어있다. 아마 마눌은 차비도 없는 것 같다. 하긴 택시 타고 집으로 곧장 가면 되는데 문제는 각자가 집에 가서 만나면 마늘의 불호령은 뻔 한 사실이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그 많은 사람 틈사이로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마늘을 찾았다. 왈칵 끌어안고 싶은 심정 우린 극적으로 상봉했다. 마눌은 독 오른 코브라마냥 눈을 치켜뜨고 바라보지 않는가.ㅋㅋㅋ. 나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괜히 몸을 마눌 반대방향만 내려다보고 배가 아프도록 웃었다ㅋㅋㅋㅋ.
마눌은 여기서는 싸우면 창피하고 시끄러우니 우리 집에 가서 보자는 듯. 아직 독기는 누그러질 듯 한 되 아닌 것 같다. 나도 모르겠다. 집에 가서 저녁밥도 못 얻어먹고 기압 받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이래서 자갈치에서 일부는 마치고 이부도 집에서 독을품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이것이 간 큰 사나이가 겪는 최후의 발악이 될지. 이부는 조용하게 넘어가야 하는데…….

겨울 끝자락 진눈개비가
허공을 꽉 채운다.
바다를 안고 줄줄이 서있는 포장마차
언제부터 나를 기다렸을까.
먼 곳 손님 가물가물 좀 더 가깝게 파도가 손짓한다.
낯익은 발걸음들이 어둠을 등에 메고
하나둘 자리를 깐다.

야! 취한다. 겨울 바다가 취한다.
자갈치가 취한다.
연탄불위에 산 곰장어가 이리저리 제 몸을 두 척이며
이글이글 짙은 연기를 내뱉는다.
향에 젖은 파도가 술렁술렁 담을 넘는다.
보래의. 막소주 한잔 캭.~~
너도 한잔 해래의.~~~

너도 한잔 나도 한잔
내가 한잔 권하면 파도가 덥석 마시고
파도가 한잔 권하면 언제부터 내가 취했는지
벌써 다리가 휘청 바다가 깔깔댄다.
옆에 앉아있는 마눌 아까 와는 전혀
다르다. 생기가 돈다.
나는 이 순간들을  딴 세상에서
언제까지 머물고 있을지도 모른다.

발갛게 타들어가는 밤바다
남포동 배 사나이들이 바지 끈을 푼다.
가로등이 살짝 엽 눈질
한 모텔 커튼사이 침대위에 투명 인간들이 불태운다.
쾌락의 비명 밤은 언제까지 춤을 추고 있을까.
새벽 뱃고동 기상소리 잠을 깨우고 자갈치는
오늘도 분주하게 빗장을 연다.

우린 밤 아홉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아까 와는 달리 아주 상반된 분위기다. 당신 술 한 잔 할래요. 나는 이게 꿈이 아닌가. 마눌은 아주 수줍어하는 소녀처럼 돌변했다. 속으로는 기분 업이다. 와 이럴 때가 다 있냐. 오래 살자. 오늘 집에 가면 죽었다고 각오했는데 그래서 자갈치에서 시간 많이 보내고 느지감치 집에 왔는데…….야. 오늘밤 이부는 끝내주네. 우리는 커튼을 내리고 잠자리에 들어갔다.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