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편지를 씁니다

                          瑞帝 이재민




땅으로 버걱거리며 비가 오는 날이면
마음은 온통 애절한 사연을 엮어 쏟아냅니다

창으로 흐르는 빗물이
내 눈물이 되어
한 통의 편지를 엮어냅니다

가슴에 묻어 사랑하는 단 한 사람에게
빗물이 되어 엮어진
내 마음의 편지를 씁니다

침묵으로 가슴에 사는 당신도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한번씩 버걱 버걱 말문을 여나 봅니다

그리움이 창틀에 괴여
사랑한다고
그립다고
할 말이 많아 넘치듯
버걱 버걱 땅으로 내리는 빗소리에
당신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오직 내 깊은 가슴속에서
숨쉬는 당신

벽에 기대어 쌓아둔 책 더미처럼
당신을 놓아두었는데
가끔 먼지가 수북이 쌓인 그리움은
잊혀질 법도 한 그리움이더니
비가 내릴 때마다
이렇게 버걱 버걱 소리 내어
눈물짓게 하는군요

커튼을 치고
가슴으로 묻는 당신의
그림자 하나만
콧잔등을 타고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