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은 행복한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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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은 행복한 웃음이다.

장수남 0 2166
저자 : 장수남.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4.2.14     출판사 :
부부싸움은 행복한 웃음이다[수필]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내 기억 속엔 지울 수없는 옛 친구 하나 있었다. 지금도 술 한 잔씩 하면 문득문득 저장된 영화 필름처럼 내 머리 속을 헤집는다. 지금 우리가 얼마만큼 살아왔는데 지금 또 생각하면 뭐 할 끼고. 저세상 사람이 되었는지. 그렇지 않으면 지금 살아서 자식들하고 잘 살고 있는지. 그 친구와 헤어진지도 한 오십년은 안 됐겠나. 생각해 본다. 지금 우리나라도 남북 이산가족들이 서로 만나 부둥켜안고 울고불고 상봉하고 있는데 오늘따라 생각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오늘 저녁도 밤늦게 까지 술을 마셨다. 나보다 나이는 적고 오래전부터 매우 가깝데 지내는 고향 후배 친구다. 밤 아홉시 넘어 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다. “행님 어디 가는 교” 옆을 보니 고향 후배 그 친구다. 우린 다짜고짜 옆 삼층 건물 아래층 횟집으로 들어갔다. 이리저리 안부 묻고 고향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시간도 꽤 많이 흐르고 술도 어지간히 많이 취해있었다.
그 시간대가 자정이 다 되는 시간이다. 우리 그만 일어설까. 나는 벌써 온몸을 술이 점령하고 있었다. 다리가 휘청 거린다. 얼마만큼 마셨기에 그런데도 그 친구는 말짱하다.

이젠 각자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우린 술집을 나왔다. 그러고 보니 자정이 훨씬 넘었다. 택시 잡으려면 좀 시간이 걸릴 듯하다. 기다리는 동안 그 친구 왈……. 집에 갈 생각은 안하고 “행님 우리 노래방에가 한곡 뽑읍시다. 나도 별루 싫지는 안았다. 도로가 바로 옆 지하 노래방 하나 찾아냈다. 불빛도 침침하니 분위기 잡을만한 작은 공간이다. 우선 룸에 들어가 캔 맥주 몇 개 시켜놓고 그 친구 마이크를 잡는다. 행님 우리 도우미 부를까요. 아. 나는 어처구니없는 소리 같다. 지금 몇 신데 집에도 빨리 가야하고 분위기도 잡아보고 싶고. 야. 이거 미치게겠구나…….

그날 새벽 세시가 다 되어 집에 돌아왔다. 지금부터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다리가 휘청거려도 자세는 바로 해야 한다. 하나도 허틀어짐이 있으면 안 된다. 물론 현관문은 잠겨 있었고 나는 안주머니 깊숙히 보관중인 비상키를 꺼내 현관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아내는 이 시간 옷은 야시시 하게 걸쳐입고 잠에 취해 내가 온 줄도 모르고 쿨쿨. 아주 전혀 모르고 깊은 잠속에 빠져 있었다.ㅋㅋ…….한번 깨워볼까. 잘못 건드렸다가는 나는 황천행이다.ㅋㅋ 아내를 살짝 건드려 보았다.

아내는 부스스 눈을 떴다.
아직도 잠에 취했는지 아무 반응이 없다.
한참 멍하니 바라보더니
지금 몇 시야. 당신 언제 왔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벽시계를 한참 바라보더니. 정신을 차린 듯
아래위로 나를 째려보는 것 아닌가.
나는 숨소리도 죽여가면서 닭살 섞인
목소리로 당신 자는 모습 참 예뻤어. 하고.ㅋㅋ
아내는 아무 말이 없다.
아직도 아내마음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보. 우리 한번 사랑해 볼까.
그레꼬망형으로.
무슨 형?
ㅋㅋ.그레꼬망형…….
아내는 알듯모를듯 하더니
다시 한 번 해봐. 무슨 형??
그레꼬망형.ㅋㅋ
 
이때 갑자기 이단 옆차기가 왕복으로 날라 오지 않는가.
별똥이 눈앞에 번쩍하더니
나는 별 밭에 주저 안고 말았다.
속으로는 이 여편내가 집에 들어앉아
이중격투기만 봤나.

다음은 이차공격 자세다. 나는 아프면서도 속으론
웃음보가 터졌다. 웃는 기색만 알면
삼차 공격도 받아야 한다.
이것이 나에 대한 아내의 평소의 불만 아닌가.
언젠가는 꼭 터질질 줄 알았다.

갑자기 또 아내는 엄지손가락 집게로 내 허벅지
깊숙한 곳으로 꽉 집고 흔드는 것 아닌가.
나는 웃음보가 터지면서 "앗!!....'하고 그만 소리치고 말았다. 
옆방에 잠자고 있던 아들네 식구들 모두 깨운것 같다.
이번 주말에 할아버지 할머니 하고 야외 놀러도 가고 보고 싶어 왔단다.

이때 방문이 조심스레 살짝 열리더니 올해 초등학교 삼학년 손녀딸이
할아버지 언제 왔어. 괜찮아?!......'어디 아파.?
그래. 괜찮다. 들어가 자거라. 엄마아빠는?…….

어제 밤은 아내와 한판의 전쟁을 치루고 늦잠에서 깨어났다.
아침에 며늘아기 보기가 좀 쑥스럽고 민망스럽다. 어제 밤에 일. 애들은 다 알고 있을 것 같다. 자기를 낳아 그만큼 키워주신 부모님인데 어찌하겠나. 아들애는 클 때 부터 아버지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랐다. 좀 엄하게 키웠다고나 할까. 좀 미안하지만 딸 아이는 귀엽게만 키웠지 아들애 한테는 엄한 아버지였다. 말도 못하고 엊저녁 일은 그저 생각과 바라만 보았을 것이다.

아침 늦게 잠깐 다녀오고 싶어 나는 현관 앞에 서서 신발을 살펴 보았다. 그런데 낯선 신발 한 켤레가 내 눈앞에 바짝 버티고 있지 않는가. 어제 새벽에 신고 들어온 신발이 없다. 아들애까지 불러 자기신발 찾도록 했다. 각자 신발을 챙겼다. 내 신발은 없다. 대신에 신발 한 켤레가 남아있다. 한참 들여다봤다. 그럼 이 신발이 오늘 새벽 내가신고 들어온 신발인가.

이제야 생각이 났다 그 친구하고 어젯밤 늦도록 술 마시고 나올 때 술이 취해 그만 바꿔 신은 것 같다. 어찌하면 좋겠나. 신발이 꽤 오래신은 신발이다. 뒤꿈치도 많이 달았고 그런데 내 발에는 잘 맞는다 뿐이지. 밖에 신고 다니기는 좀 그렇다. 곰곰이 생각다 못해. 어젯밤 술집에 찾아가기로 했다. 혹시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지금의 내 신발은 얼마 전에 모 제화회사 상품으로 십만 원짜리 상품권 두 장하고 웃돈 더 얹어 구입한 새신발이다.

다음날 저녁에 술집에 찾아갔다. 주인장과 몇 마디 나누고 보니 그분도 마지막 손님인데 자기도 신발이 없어져서 한 켤래. 남은 신발 그대로 신고 갔단다.ㅋㅋ....,'
그분 역시 몇 년 전 부터 자기 가게에 자주 오는 단골손님이라고 한다. 마침 연락처가 있어서 주인하고 연결이 되었다. 내일아침 일찍 일곱 시 경에 모 지점에서 만나자고 약속 했다. 자기 출근시간에 지장이 없는 한 만나자고 했다. 그 이튿날 아침 일곱 시경 까만 비닐봉투에 신발을 챙겨 넣고 약속한 장소로 나갔다. 사방 두리번거려도 누가 누군지 몰라도 좀처럼 나타나질 않는다. 잠시 후에 도로 건너편에 어는 할머니 한분이 까만 비닐봉투 하나들고 누굴 찾는 것 같다. 파란 신호 등이 바뀌고 나는 할머니 곁에 가서는 혹시 신발 하니까 할머님 께서 먼저 눈치 채시고 아주 미안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신다. 그날 밤 아들 녀석이 술이 곤드레만드레 취해 바뀌신고 왔다고 하신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두번씩이나 하신다.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다. ㅋㅋ~~~. 그날 밤 범인은 난데. 내가먼저 바꿔 신고 나왔으니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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