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부두엔 겨울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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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부두엔 겨울비가 내린다.

장수남 0 2230
저자 : 장수남.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4.3.6     출판사 :
연안부두엔 겨울비가 내린다.


기억 속에 나라는 존재는 과연 언제까지 남아있을까.
한편의 글을 쓰고 한 장의 그림을 그리고나면 그 흔적들은 지금 살아있는 나에게 어떠한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행여나 정신적으로 상처가 되지 않을까. 여태껏 버티며 살아온 나에게 어떤 일이 일방적으로 올바른 행위인지 내가 걸어온 길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잠깐 동안만 누구하고 이야기 하고 싶다.

언제쯤이었을까.
아주 오래된 옛날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느 시기에 나는 부산 모 컨테이너부두에 얼마동안 근무한 적이 있었다. 컨테이너만 취급하는 모기업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동남아 중남미 쪽으로도 잘 알려진 중견기업이다.

우리가 부두라 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것이 연안부두 선착장. 낭만과 추억이 있는 곳. 언제든지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 그러한 기억들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 같다. 함박눈 내리는 선착장. 눈 맞으며 걷는 연인들의 부두길 산책. 비 내리는 부두. 항구아가씨의 풋사랑. 눈 물젖은 이별. 뱃고동. 이렇게 많은 숙어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도 이곳 연안 부두가 아닌가 싶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현대 기계문명 속에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지만 혹시 아주 사라지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

한때 어렵고 힘들게 살 때 우리 서민들에게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우리들의 삶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보통 말하는 부두노무자 이분들이다. 큰 포대자루를 어깨에 메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배에 올리고 내리고 나면 해가지고. 질 때까지 하루를 이곳에서 보낸다. 얼굴은 비지땀에 절여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의 삶은 고달팠다. 그래도 그때가 행복했다고 그분들은 항상 곁에서 말한다.

오늘밤은
너에게 돌아가 모두 지우고 싶다.
상처 난  부분을.

붉은 조명등이 불태운 사각의 섬
굶주림에 성난 사자의
울부짖음은
높은 산맥을 오르고 있다.

힘차게 더욱 거칠게 강렬한
입맞춤은 원초적 본능으로
미지의 세계를 탐색하고
입술과 입술사이 황홀한 추락
높고 깊은 산 거친 숨 몰아쉬고 두 개의
젖무덤을 새벽은 정복 한다.

큰 산이 부서지도록 넓은 가슴으로
꽉 채워진 여인의 향
오렌지 빛 짙어질 때 나는 고독한 최후의
몸부림으로
뜨겁고 잔인한
신음 소리는 비명으로 욕정을 불태운다.

우리는 거칠게 항해하는 아름다운 
열정의 불바다
성스러운 전쟁 뼈를 깎는 육체의 반란은
승자의 쾌감으로
몸가짐 아무렇게나 흐트러질 때
거센 파도는 난파선이 되어
너에게 무릎을 꿇고 세상 벼랑끝에 앉아
나는 침몰하고 싶다.

아직도 연안부두엔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어젯밤 풋사랑의 항구아가씨 정말 행복했을까. 밤이 더 길고 깊었으면 어떠했을까. 거리의 숲 네온등은 시간 지친 줄도 모르고 혼자 하늘높이 해가 솟을 때까지 밤을 태우고 있다. 뱃고동 소리 멈출 줄 모른다. 떠나야 할 시간. 술잔을 기울인다. 혼자 마시는 술잔. 너는 언제 찾아올지 영원히 떠날 것이다. 어젯밤 기억들을 지우려 한다. 또 지워야만 한다. 여인의 눈빛 속에 겨울비가 하얗게 내린다. 마지막 잔. 마지막 겨울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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