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커피 한 잔
최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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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31 11:51
저자 : 최동희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4.7.
출판사 :
길 위의 커피 한 잔(최동희)
광화문 새문안교회 앞 가판대
키 작은 할머니가 늦은 점심을 마치고
커피 끓일 물을 불 위에 올리고 있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퍼붓는 바람을
새까만 매연에 얼룩진 가림판으로 막고
물이, 7월의 더위 속에서 끓는다
달달한 믹스 커피 한 봉지에
흥국생명 빌딩 앞 시위대의 쓰디쓴 구호를
휘휘 저어
고단한 식도로 넘기며 짓는 천국의 미소
한 사람의 삶이 출렁거린다
아파도 살아야 하고
분해도 살아야 하고
화나도 살아야 하기에
길에서 하는 식사일지언정
커피 한 잔까지 생략하지 않는
수수한 호사가 필요하다
큰 목소리로 사용자의 부당함을 고발하던 시위대가
붉은색 노조 조끼를 방패삼아
지친 듯 제멋대로 길 위에 쓰러져 있는데
그새 커피 마시기를 끝낸 할머니는
껌 한 통을 팔고
조용히 거스름돈을 세고 있다
광화문 새문안교회 앞 가판대
키 작은 할머니가 늦은 점심을 마치고
커피 끓일 물을 불 위에 올리고 있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퍼붓는 바람을
새까만 매연에 얼룩진 가림판으로 막고
물이, 7월의 더위 속에서 끓는다
달달한 믹스 커피 한 봉지에
흥국생명 빌딩 앞 시위대의 쓰디쓴 구호를
휘휘 저어
고단한 식도로 넘기며 짓는 천국의 미소
한 사람의 삶이 출렁거린다
아파도 살아야 하고
분해도 살아야 하고
화나도 살아야 하기에
길에서 하는 식사일지언정
커피 한 잔까지 생략하지 않는
수수한 호사가 필요하다
큰 목소리로 사용자의 부당함을 고발하던 시위대가
붉은색 노조 조끼를 방패삼아
지친 듯 제멋대로 길 위에 쓰러져 있는데
그새 커피 마시기를 끝낸 할머니는
껌 한 통을 팔고
조용히 거스름돈을 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