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법당 밖으로 나가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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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법당 밖으로 나가십시다

운문 0 1503
저자 : 조영욱     시집명 : <내 시는 시가 아니어도 좋다>
출판(발표)연도 : 2013년     출판사 : 도서출판 비움과 채움
부처님, 법당 밖으로 나가십시다// 조영욱

티끌마저 다스릴 수 없는 얇은 가슴팍으로
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늘 나보다 높아 우러러 뵈는 부처님,
햇살 가득한 법당 밖으로 나가십시다
건들거리는 문고리 부여잡고 맴도는
바람 불러 아이들과 동무 삼아 주고
텃밭 갈아 씨붙임 한 뒤
마당에 둘러앉아 다담을 나눕시다
늘 정겹게 눈 내리깐 부처님,
우리 법당 밖으로 나가십시다
당신 가르침은 늘 마음이 있을 뿐인데
쓸 데 없는 문자 세워 문자 다듬느라
마음이란 마음 모두 빼앗긴 채
문은 문을 만들고 벽은 벽을 둘러쳐
말씀은 달팽이가 된 지 오랩니다
늘 말이 없어 더 두려운 부처님,
남에 손에 이끌려 산문에 든
어쩔 수 없는 이들까지도
당신이 굳이 보살피지 않거나
설법 베풀지 않아도 길을 찾을 테니
이제 말 많은 산문 밖으로 내려가십시다
알맞게 익은 곡차 중생들과 나누며
가슴에 산을 쌓은 하소연도 들어주고
서로 옳음만 있고 그름은 없어
아무 때나 틈만 나면 거저먹기로
딴죽걸기 맞불 놓기에 바빠
제 할 일 못한 채
생명을 생명으로 받들지 아니하는
시시비비도 원만히 가려 주시고
시궁창이 된 마음자리에 연꽃 한 송이
피워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도 할 일이 많으신 부처님,
이제 법당 밖으로 어서 나가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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