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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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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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마

高曜 0 1374
저자 : 조철형     시집명 : 제15회 경찰문화대전 수상집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2014 제15회 경찰문화대전 시부문 수상 작품집
순마*         

             
      조철형
           

                     
삼백육십오일 긴장은 주인과 나의 삶이다

이 땅의 안녕을 위해 긴장된 채, 거리의 어둠과 불빛 사이를

바람처럼 이 골목, 저 골목을 오늘도 누빈다
 

간혹, 내 몸이 감기에 걸렸는지도 모른 채

내 심장이 *폼페이 최후의 그날 같이 활화산 되어 터질지도 모르는

무심한 주인이 때론 원망스러울 때가 많지만

찬바람 부는 어두운 골목과 뜨거운 거리에 떠도는 날 선 눈빛을 발견하면

이유 불문 형형한 눈빛으로 쏜살같이 달려간다 
 

이 땅에서 굳세게 한 발 한 발 거친 직립을 하면서

꿈꾸던 생의 마지막 보행을 한 줄 끈에 마친 차가운 육신과

배고픈 이가 훔친 파편 같은 세월의 잔해와 저 가여운 지문들을

오늘도 쓸쓸히 함께 바라본다
 

태초에 끈들은 어디에서부터 저토록 단단히 꼬여지게 되었을까

어떤 것들은 가난하고 서러운 이들의 영혼을

누추한 곳에서 영원히 잠들게 하고 

또 어떤 것들은 혁명에 실패한 반란의 수괴와 수하들의 목숨을 거둘 때나 

피바람 부는 광야에서 말채찍 휘날리며 날 선 칼 휘두르며 달려오던

적의 수급을 거두거나 죽임을 당할 때

바람에 흔들거리며 오랫동안 윙윙거리다가

제각각 상처를 감싸 안고 꼬여지기 시작했을까
 

제 몸끼리 늘 가느다랗게 꼬인 채로 소리 없이 숨죽이고 있다가

이승에서의 어지럽고 폐허 같은 누군가의 삶을 정리하거나 거둘 때

어둠의 슬하에서 제 목까지 점점 옥죄어 가며 커지는 저 동아줄을

주인과 나는 공허하게 바라볼 때

나는 휘 잉 하며 조문弔問의 말 울음소리를 크게 낸다

 

 


* 주인:경찰관

* 巡馬(순마), 순찰을 하는 말, 경찰순찰차의 무전암호

*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주 나폴리 인근 도시로, 기원후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산 분화로

  인근의 헤르콜라네움 등과 함께 화산재와 분석에 묻혀 파괴되었다

 

                                                         

2014 경찰문화대전 수상작(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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