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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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가족

봄에 0 1220
저자 : 강민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엉뚱한 가족/강민경


   
 햇빛 밝은
 알라모아나* 공원 푸른 잔디밭에 앉아
 점심을 꺼내는데
 작은 새 한 마리 저만큼에서
 머리통 갸웃거리는 재롱이 한참 귀엽다
 사실은 내가 그들을 불러들였다

 고소한 밥 냄새 따라온 
 비둘기 두서너 마리
 목 깃털 빳빳이 치켜세운
 뾰족한 부리에 채워 팍팍한 힘
 콕콕 
 사납게 작은 새를 쫓아낸다

 암비둘기와 새끼들에게
 어서들 와서 먹으라는 신호였는가!
 금방 먹어 치울 듯
 입으로 조물 조물 요리를 끝내자
 이리 쪼르르 저리 쪼르르
 앞 다퉈 배 불리고
 어느새
 아버지의 울타리 밖 언제였냐는 듯
 오글오글
 어머니 포근한 날개 밑을 파고드는
 그쪽 보다는

 부스러기라도 감사히 받는
 작은 새의 세상에 위로를 얻는
 우리는 모두
 엉뚱하지만
 한 가족으로 평화롭다



          * 알라모아나: 하와이 바닷가에 있는 = 공원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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