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입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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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입소문

서영숙 0 900
저자 : 서영숙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3     출판사 :
선운사 입소문

서영숙

선운사 상사화가 바람났다네.

가을 햇살이 젖살을 잡고 흔들자
여린 가슴이 활활 타 불덩이가 된 걸까.
큰 산도 입 다물고 귀를 닫은 채
제 그림자를 발아래 깔고
돌아가라, 돌아가라 등을 떠미네.

발목 잡힌 먹구름이 허리춤 내리자
말이 새끼를 낳았다지.
그 새끼들 자박자박 붉게 젖어들자
선운사 마당이 시끌벅적하였다네.

말들은 풍경 속에서 곱게 피어나고
밤낮 눈을 뜨고 있는 목어는
침묵의 목청을 뽑아 큰 눈을 비비고
낌새를 눈치 챈 운판 한 옥타브 울리고 나면
산보 나온 법고 두둥! 둥! 둥!
제 뱃가죽 쓰다듬고 있네.

말들은 쓰디쓴 시간의 등을 추스르는데
저녁 공양을 서두르니
벌레 먹은 말들이 슬금슬금 기어 나오네.
이윽고 범종이 너털웃음을 흘리자
아, 말들이 순해졌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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