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입소문
서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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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4 03:34
저자 : 서영숙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3
출판사 :
선운사 입소문
서영숙
선운사 상사화가 바람났다네.
가을 햇살이 젖살을 잡고 흔들자
여린 가슴이 활활 타 불덩이가 된 걸까.
큰 산도 입 다물고 귀를 닫은 채
제 그림자를 발아래 깔고
돌아가라, 돌아가라 등을 떠미네.
발목 잡힌 먹구름이 허리춤 내리자
말이 새끼를 낳았다지.
그 새끼들 자박자박 붉게 젖어들자
선운사 마당이 시끌벅적하였다네.
말들은 풍경 속에서 곱게 피어나고
밤낮 눈을 뜨고 있는 목어는
침묵의 목청을 뽑아 큰 눈을 비비고
낌새를 눈치 챈 운판 한 옥타브 울리고 나면
산보 나온 법고 두둥! 둥! 둥!
제 뱃가죽 쓰다듬고 있네.
말들은 쓰디쓴 시간의 등을 추스르는데
저녁 공양을 서두르니
벌레 먹은 말들이 슬금슬금 기어 나오네.
이윽고 범종이 너털웃음을 흘리자
아, 말들이 순해졌다네.
서영숙
선운사 상사화가 바람났다네.
가을 햇살이 젖살을 잡고 흔들자
여린 가슴이 활활 타 불덩이가 된 걸까.
큰 산도 입 다물고 귀를 닫은 채
제 그림자를 발아래 깔고
돌아가라, 돌아가라 등을 떠미네.
발목 잡힌 먹구름이 허리춤 내리자
말이 새끼를 낳았다지.
그 새끼들 자박자박 붉게 젖어들자
선운사 마당이 시끌벅적하였다네.
말들은 풍경 속에서 곱게 피어나고
밤낮 눈을 뜨고 있는 목어는
침묵의 목청을 뽑아 큰 눈을 비비고
낌새를 눈치 챈 운판 한 옥타브 울리고 나면
산보 나온 법고 두둥! 둥! 둥!
제 뱃가죽 쓰다듬고 있네.
말들은 쓰디쓴 시간의 등을 추스르는데
저녁 공양을 서두르니
벌레 먹은 말들이 슬금슬금 기어 나오네.
이윽고 범종이 너털웃음을 흘리자
아, 말들이 순해졌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