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신지
서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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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4 03:41
저자 : 서영숙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푸른사상
안녕하신지
서영숙
요행은 초록의 떨림이다.
우기 철 밴쿠버가 며칠째 맑다.
헐거워진 어둠의 포장을 벗겨
모두들 일터로 떠나고
이방인 혼자 지루한 하루를
보자기에 펼친다.
지난겨울, 수족 냉증 앓던 궁금증
촉수를 세워 저마다 화르르 타오르는
등불 매달고 있을는지
낯선 동네 휘-잉 한 바퀴 돌아볼까.
아침이 출출한 까마귀
쓰레기통 모퉁이를 쪼아
혹독한 식탁을 길바닥에 부려놓고
가악가악 낮은음자리표를 그린다.
반쯤 비워버린 참치 캔
뒤틀린 유통 기간을 핥던 고양이가
혓바닥에 앉은 햇살 한 가닥 뽑아
하루의 매듭을 비비 꼰다.
참 한가롭고 쓸쓸하지 않은 아침,
해찰하던 가슴이 뭉클뭉클
화사한 얼굴의 봄과 마주친다.
다들 안녕들 하신지?
봄빛 그리운 그림자 하나
고향 가는 물기를 훔치고 있다.
서영숙
요행은 초록의 떨림이다.
우기 철 밴쿠버가 며칠째 맑다.
헐거워진 어둠의 포장을 벗겨
모두들 일터로 떠나고
이방인 혼자 지루한 하루를
보자기에 펼친다.
지난겨울, 수족 냉증 앓던 궁금증
촉수를 세워 저마다 화르르 타오르는
등불 매달고 있을는지
낯선 동네 휘-잉 한 바퀴 돌아볼까.
아침이 출출한 까마귀
쓰레기통 모퉁이를 쪼아
혹독한 식탁을 길바닥에 부려놓고
가악가악 낮은음자리표를 그린다.
반쯤 비워버린 참치 캔
뒤틀린 유통 기간을 핥던 고양이가
혓바닥에 앉은 햇살 한 가닥 뽑아
하루의 매듭을 비비 꼰다.
참 한가롭고 쓸쓸하지 않은 아침,
해찰하던 가슴이 뭉클뭉클
화사한 얼굴의 봄과 마주친다.
다들 안녕들 하신지?
봄빛 그리운 그림자 하나
고향 가는 물기를 훔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