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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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을 위하여

나무전나무 0 1004
저자 : 전범수     시집명 : 만남이 있는 여울목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문학예술출판부
수미산(須彌山)을 그리며

 

                                    전 범 수


 

하나의 산이 되기 위해서는

그저 올라가야만 한다.

숨 가쁜 중턱의 그 청청한 나무 밑

새소리, 물소리 감미로운 골짜기도

모두 모두 눈 감고

보다 멀리 보기 위해서는

그저 올라가야만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일어서는

하나의 산봉우리

저기 건너다보이는

야트막한, 혹은 아스라한 눈 덮인 봉우리

소리쳐 부르면 모두들 달려올 것만 같은

산, 산들

 

하나의 산이 다른 산을 만나려면

허리로 발치로 내려와야만 한다.

나무 한 그루 없이 그저

키 작은 억새에 바람이 베이는

정상의 외로움.

봉우리에서는 아무도 서로

만날 수 없다.

내 산정의 고적(孤寂)을 그들이 모르듯

그들의 정수리에 감도는 안개를

나는 알지 못한다.

 

우리가 내려와 팔을 벌리고

서로의 갈라진 발, 산발한 머리칼에 입 맞출 때

비로소 들리는 푸른 물소리, 하얀 새소리

마침내 골짜기여라.

그대를 키운 보잘 것 없는 들판과

나를 기른 투박한 구릉에 물결치는

저리도 푸른 생명, 생명들

아아, 하나의 산이 되기 위하여

올라가야만 하지만

다른 산을 만나기 위해서

우리는 그저

내려와야만

내려와야만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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