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을 위하여
나무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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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1 19:31
저자 : 전범수
시집명 : 만남이 있는 여울목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문학예술출판부
수미산(須彌山)을 그리며
전 범 수
하나의 산이 되기 위해서는
그저 올라가야만 한다.
숨 가쁜 중턱의 그 청청한 나무 밑
새소리, 물소리 감미로운 골짜기도
모두 모두 눈 감고
보다 멀리 보기 위해서는
그저 올라가야만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일어서는
하나의 산봉우리
저기 건너다보이는
야트막한, 혹은 아스라한 눈 덮인 봉우리
소리쳐 부르면 모두들 달려올 것만 같은
산, 산들
하나의 산이 다른 산을 만나려면
허리로 발치로 내려와야만 한다.
나무 한 그루 없이 그저
키 작은 억새에 바람이 베이는
정상의 외로움.
봉우리에서는 아무도 서로
만날 수 없다.
내 산정의 고적(孤寂)을 그들이 모르듯
그들의 정수리에 감도는 안개를
나는 알지 못한다.
우리가 내려와 팔을 벌리고
서로의 갈라진 발, 산발한 머리칼에 입 맞출 때
비로소 들리는 푸른 물소리, 하얀 새소리
마침내 골짜기여라.
그대를 키운 보잘 것 없는 들판과
나를 기른 투박한 구릉에 물결치는
저리도 푸른 생명, 생명들
아아, 하나의 산이 되기 위하여
올라가야만 하지만
다른 산을 만나기 위해서
우리는 그저
내려와야만
내려와야만 한다는 것을.
전 범 수
하나의 산이 되기 위해서는
그저 올라가야만 한다.
숨 가쁜 중턱의 그 청청한 나무 밑
새소리, 물소리 감미로운 골짜기도
모두 모두 눈 감고
보다 멀리 보기 위해서는
그저 올라가야만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일어서는
하나의 산봉우리
저기 건너다보이는
야트막한, 혹은 아스라한 눈 덮인 봉우리
소리쳐 부르면 모두들 달려올 것만 같은
산, 산들
하나의 산이 다른 산을 만나려면
허리로 발치로 내려와야만 한다.
나무 한 그루 없이 그저
키 작은 억새에 바람이 베이는
정상의 외로움.
봉우리에서는 아무도 서로
만날 수 없다.
내 산정의 고적(孤寂)을 그들이 모르듯
그들의 정수리에 감도는 안개를
나는 알지 못한다.
우리가 내려와 팔을 벌리고
서로의 갈라진 발, 산발한 머리칼에 입 맞출 때
비로소 들리는 푸른 물소리, 하얀 새소리
마침내 골짜기여라.
그대를 키운 보잘 것 없는 들판과
나를 기른 투박한 구릉에 물결치는
저리도 푸른 생명, 생명들
아아, 하나의 산이 되기 위하여
올라가야만 하지만
다른 산을 만나기 위해서
우리는 그저
내려와야만
내려와야만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