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월사, 동백
김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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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21:40
저자 : 김찬일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5
출판사 :
제목 : 용월사, 동백
백설공주 같이 예쁜 은실이가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나의 열일곱 살 영혼이 눈을 떴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 은실이는
조랑말 타고 온 새 신랑 따라
무지 아름다운 남해섬으로 시집을
가고, 열일곱 살 나의 영혼도
꽃가마 따라 재 넘어 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수년 후, 은실이는 추울수록
선혈을 토하며 활짝 피는
남해섬 동백꽃이 되었다는
소문이 담 너머 들려왔다.
나는 마을 뒷산에 동백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이십 년이 지나자 뒷산은
동백 숲으로 덮이고
은실이는 해마다 내속에 피는
처음의 동백꽃이었다.
겨울이면 은하처럼 찰랑거리는
동백숲에서
은실이의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에 감긴 나의 열일곱살
영혼은 겨우 날숨만 쉬고 있다.
남해섬이 고흐의 그림처럼
걸려있는, 용월사 겨울밤
돌아 온 열일곱살 영혼의 포박을 풀고
왕 소금 같은 달빛으로 흉터를 헹군다.
내 생을 다시 발굴하는 것은
여기 그리고 지금이다.
영혼의 심폐소생술로
용월사, 동백은
현재의 꽃으로 새로 핀다.
백설공주 같이 예쁜 은실이가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나의 열일곱 살 영혼이 눈을 떴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 은실이는
조랑말 타고 온 새 신랑 따라
무지 아름다운 남해섬으로 시집을
가고, 열일곱 살 나의 영혼도
꽃가마 따라 재 넘어 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수년 후, 은실이는 추울수록
선혈을 토하며 활짝 피는
남해섬 동백꽃이 되었다는
소문이 담 너머 들려왔다.
나는 마을 뒷산에 동백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이십 년이 지나자 뒷산은
동백 숲으로 덮이고
은실이는 해마다 내속에 피는
처음의 동백꽃이었다.
겨울이면 은하처럼 찰랑거리는
동백숲에서
은실이의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에 감긴 나의 열일곱살
영혼은 겨우 날숨만 쉬고 있다.
남해섬이 고흐의 그림처럼
걸려있는, 용월사 겨울밤
돌아 온 열일곱살 영혼의 포박을 풀고
왕 소금 같은 달빛으로 흉터를 헹군다.
내 생을 다시 발굴하는 것은
여기 그리고 지금이다.
영혼의 심폐소생술로
용월사, 동백은
현재의 꽃으로 새로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