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의 추억
나무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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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7 00:14
저자 : 전범수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3
출판사 :
어느 시인의 추억
전 범 수
내게 언제나 발톱과 송곳니를 드러내던
취하면 나직하게 동심초를 노래하던
빛나는 것에 대하여 욕지기를 느끼던
여인의 따뜻한 살갗을 언제나 그리워하던
김밥 한 줄에 소주 두 병이 하루 양식이던
이혼한 아내보다 찾아오지 않는 딸을 더 그리워하던
자기 죽어서 남는 것 있다면 유고시집을 내어달라던
그
병원비 치르고 장례비 치르고
그래도 제법 남는 게 있어
그의 삶보다 훨씬 따뜻한
유고 시집 만들어주려 했더니
그 금쪽같이 여기던 딸년
그 알량한 부의금 챙기고서는 연락을 끊어버렸다네.
저승에 통신기지국 하나 세우려고 한 것일까
외로움에 몸부림 칠 애비 찾아가는 여비가 필요했을까
눈비 오는 날이면
그에게 전화를 건다.
016-727-7781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시고
걸어주십시오.
낯선 여인의 목소리는
눈보다 비보다 차갑다.
전 범 수
내게 언제나 발톱과 송곳니를 드러내던
취하면 나직하게 동심초를 노래하던
빛나는 것에 대하여 욕지기를 느끼던
여인의 따뜻한 살갗을 언제나 그리워하던
김밥 한 줄에 소주 두 병이 하루 양식이던
이혼한 아내보다 찾아오지 않는 딸을 더 그리워하던
자기 죽어서 남는 것 있다면 유고시집을 내어달라던
그
병원비 치르고 장례비 치르고
그래도 제법 남는 게 있어
그의 삶보다 훨씬 따뜻한
유고 시집 만들어주려 했더니
그 금쪽같이 여기던 딸년
그 알량한 부의금 챙기고서는 연락을 끊어버렸다네.
저승에 통신기지국 하나 세우려고 한 것일까
외로움에 몸부림 칠 애비 찾아가는 여비가 필요했을까
눈비 오는 날이면
그에게 전화를 건다.
016-727-7781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시고
걸어주십시오.
낯선 여인의 목소리는
눈보다 비보다 차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