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고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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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고지리

김귀녀 0 690
저자 : 김귀녀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6     출판사 :
여름, 고지리

김귀녀


열 평 남짓한 채마 밭
여름더위를 견디느라
고지리의 여름이 끓고 있다
감자밭에 앉았다 들어오는 남편 얼굴에
땀 구슬이 송송 달리고
상추는 물도 주지 않았는데
쑥쑥 자라고 달팽이와
사과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다
하늘 향해 고개 들던
장미, 시들시들 고개 떨구어
내 목을 자꾸 마르게 한다
인견바지 궁둥이 쪽에
구멍이 났어,
바지 하나로 여름을 날 수 없다고
주문해 달라는 남편 얼굴도 덥다
다래가 익어가고
그 숲에서 나는
무더위를 훼치는 한 마리
여름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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