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적광전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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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광전 기둥

전창옥 0 625
저자 : 전창옥     시집명 : 서편문을 나서다
출판(발표)연도 : 2016     출판사 : 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
대적광전 기둥

비로자나불은 알고 계셨을까
내가 오대산 전나무밭에 몸 박고 서 있다가
때 오면 저잣거리 주막 기둥으로 가 버릴 것을
그래서 주춧돌 위에 꼼짝 못하게 세워놓고
법당 안 당신의 수인에 종일 눈길 꽂고서
천년 침묵으로 서 있으라 하신 것일까

그 분이 정말 모르고 계실까
사리 친견한답시고 속 것들이 몰려
입이며 가슴과 아랫도리를 더듬고
갈라진 발등에 밟고서 농을 걸 때
언젠가 발목 빼어 몰래 달아나 버릴 것을

그분은 알고 계신 것일까
벌레들 구멍 뚫은 몸뚱이에 방충페인트 발라
숨을 쉬지 못하게 미라로 세워두고
한여름 적광전 어간으로 쏟아붓는 
심복 뙤약볕 뒤집어쓰며 땀 흘릴 때
기어코 가고야 말겠다는 것을
그래서 연등 줄로 꽁꽁 묶고 못질하여
사계절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계신 것일까

얼어붙은 주춧돌보다 땅속이 따뜻하여
뿌리 넓게 풀어 햇빛 맞고 싶다는 걸
저 분은 정말 모르고 계시는 것일까
그래서 이제 안심하여 실눈 감고
못 본 체 편히 앉아 계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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