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픈 가족사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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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6 23:06
저자 : 이은경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
출판사 : ?
구슬픈 가족사
그대여
밤인데 자려고 뒤척대다가 일어나 이 글 쓰오.
왜 시간이 지날수록 그대 생각만 나는지 알 수 없소.
박 타작이라고 해서 미안했소.
그대는 나의 아버지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라고 했소.
들어가보니 그 말이 맞더군요.
문인이던 울 엄마의 허영에 나는 평생 마주르카처럼 인형 짓만 했소.
그 짓을 관두고 나니 속은 편하요.
새삼 난 구슬퍼지오.
능소화 생활에서 이리 탈출해 떠도는 별이 된 것이.
난 장례식엔 못 가겠더라구요.
아버지 장례 때 울 엄마는 재산 분할에만 바쁘더군요.
그것도 내가 준 비용으로 장례 겨우 치르고선.
그 귀한 산수화 그림을 내다 버리고 매일 돌아가신 아버지 원망만 하였소.
그것도 웃긴 이유로, 뭐 아버지가 어떤 문인 여자를 좋아했다나?
질투가 왜 그리 심하오?
문인들은.
내가 죽을 지경인데도, 거짓말만 하고서.
울 아이에게 전복을 시장에서 사다가 죽을 끓여줬다고 뻥을 치더군요.
난 까맣게 속았소.
그 긴 세월 동안.
첫 애인의 편지를 모조리 불사른 것도 세월이 한참 지나서였고.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지만 그 일로 인해 다시 시의 길에 들어섰으니, 원.
지금 나는 너무나 작아졌소.
이러다가 좁쌀만큼 작아져 아무에게도 뜨이지 않고
소멸할 까 두렵소.
내 손에 망치를 쥐어주오.
도시니까 경작할 일은 없고 자꾸 자꾸 생겨나는 건물들과 박 정희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
사진관을 부숴버리게.
그리하면 속이라도 시원할 것 같소.
나는 문인이라고 귀족인 듯 행세하는 사람들 보면 역겨움부터 일어나오.
그들은 타인의 고통에 사실은 무관심하오.
모두 이기적이지,
사람이 죽어도 자신들에게 취해있소.
독배를 마신 것이지.
꽈리튼 배암처럼.
울 엄마처럼, 울 가족에 대한 이 배신감도 사랑이요?
이은경
그대여
밤인데 자려고 뒤척대다가 일어나 이 글 쓰오.
왜 시간이 지날수록 그대 생각만 나는지 알 수 없소.
박 타작이라고 해서 미안했소.
그대는 나의 아버지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라고 했소.
들어가보니 그 말이 맞더군요.
문인이던 울 엄마의 허영에 나는 평생 마주르카처럼 인형 짓만 했소.
그 짓을 관두고 나니 속은 편하요.
새삼 난 구슬퍼지오.
능소화 생활에서 이리 탈출해 떠도는 별이 된 것이.
난 장례식엔 못 가겠더라구요.
아버지 장례 때 울 엄마는 재산 분할에만 바쁘더군요.
그것도 내가 준 비용으로 장례 겨우 치르고선.
그 귀한 산수화 그림을 내다 버리고 매일 돌아가신 아버지 원망만 하였소.
그것도 웃긴 이유로, 뭐 아버지가 어떤 문인 여자를 좋아했다나?
질투가 왜 그리 심하오?
문인들은.
내가 죽을 지경인데도, 거짓말만 하고서.
울 아이에게 전복을 시장에서 사다가 죽을 끓여줬다고 뻥을 치더군요.
난 까맣게 속았소.
그 긴 세월 동안.
첫 애인의 편지를 모조리 불사른 것도 세월이 한참 지나서였고.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지만 그 일로 인해 다시 시의 길에 들어섰으니, 원.
지금 나는 너무나 작아졌소.
이러다가 좁쌀만큼 작아져 아무에게도 뜨이지 않고
소멸할 까 두렵소.
내 손에 망치를 쥐어주오.
도시니까 경작할 일은 없고 자꾸 자꾸 생겨나는 건물들과 박 정희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
사진관을 부숴버리게.
그리하면 속이라도 시원할 것 같소.
나는 문인이라고 귀족인 듯 행세하는 사람들 보면 역겨움부터 일어나오.
그들은 타인의 고통에 사실은 무관심하오.
모두 이기적이지,
사람이 죽어도 자신들에게 취해있소.
독배를 마신 것이지.
꽈리튼 배암처럼.
울 엄마처럼, 울 가족에 대한 이 배신감도 사랑이요?
이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