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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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을 지나며

임백령 0 761
저자 : 전창옥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6.10.22     출판사 :
산문을 지나며

                              전창옥

아래 멀리 도시의 불빛과 외딴 암자의 석등이
늦겨울 산길을 재촉하던 밤
자판기 속으로 떨어지는 동전소리 차가워
귓불에 싸락눈 뿌려대던  밤이었지요
대나무 산문 밖 그 기계 앞에 젊은 스님 한 분
앙상한 굴참나무로 서 있던 밤이었지요
목탁처럼 맘과 몸 둥글고 단단하게 모으다가
화두로 굳은 무릎 펴고 싶으셨을까
주장자 구불불한 길 내려다보며
풍경처럼 마음 소리 잠깐 내고 싶으셨을까
천년을 한 곳으로 모으시던 스님
산문 밖 커피 향을 마시고 싶었거나
저 아래 살고 있을 인연들이 문득 생각나
그림자로 조용히 흔들리던 밤이었지요
오랜 기다림 뒤 편지함에서 설렘을 꺼내들 듯
한 잔의 커피를 두 손으로 받아들고
암자로 들어 산문 꼭꼭 잠가둔 밤이었어요
산에 울리는 맑은 목탁소리 뒤를 쫓아오던
주섬주섬 마음 속 것들을 요리조리 굴려보며
무서운 산길 서둘러 내려오던 밤이었어요

(2016' 금산사개산대제 시화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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