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맞는 소녀의 기도
오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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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1 13:11
저자 : 오문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6
출판사 :
눈 맞는 소녀의 기도
오문경
눈에 눈을 가리고
길에 길이 묻혀버린
서울 종로 주한 일본 대사관 앞
흰 눈이 날린다
단발머리 소녀의 머리 위에도
소복소복 눈이 쌓인다
여태, 아물지 않은 상처로 앉아있는 소녀
포탄 소리 멈추었어도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은
모로 누운 시간 속,
흰 눈 속을 건너온
한 소녀가 이미 백발이 되어버린
단발머리 소녀의 목에
손수 짠 털목도리를 감아준다
마치 상처 난 목을 감싸 안듯
광풍의 군홧발 아래,
짓밟히며 이리저리 휘둘리며
한 장 바람에 찢긴 영혼의 목젖이 흐느낀다
아, 한숨 소리조차 한번 내질러 보지 못한
무너진 억장
덩그러니 빈 의자
긴 그림자 함께 드리우고 눈을 맞는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새 한 마리
소녀의 어깨 위에 앉아 고요히 눈을 읽는다
진실을 덮으려는 눈은 이내 녹고 만다며
부릅뜬 눈만이 햇살처럼 살아서
이 땅의 평화를 빛낸다 하네
.
오문경
눈에 눈을 가리고
길에 길이 묻혀버린
서울 종로 주한 일본 대사관 앞
흰 눈이 날린다
단발머리 소녀의 머리 위에도
소복소복 눈이 쌓인다
여태, 아물지 않은 상처로 앉아있는 소녀
포탄 소리 멈추었어도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은
모로 누운 시간 속,
흰 눈 속을 건너온
한 소녀가 이미 백발이 되어버린
단발머리 소녀의 목에
손수 짠 털목도리를 감아준다
마치 상처 난 목을 감싸 안듯
광풍의 군홧발 아래,
짓밟히며 이리저리 휘둘리며
한 장 바람에 찢긴 영혼의 목젖이 흐느낀다
아, 한숨 소리조차 한번 내질러 보지 못한
무너진 억장
덩그러니 빈 의자
긴 그림자 함께 드리우고 눈을 맞는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새 한 마리
소녀의 어깨 위에 앉아 고요히 눈을 읽는다
진실을 덮으려는 눈은 이내 녹고 만다며
부릅뜬 눈만이 햇살처럼 살아서
이 땅의 평화를 빛낸다 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