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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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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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김선균 0 707
저자 : 수진 김선균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문학광장
나팔꽃   

                                      수진 김선균

도시의 후미진 꼭대기 장독대 옆
시커멓게 멍든 사과궤짝에 흙을 담고
몇 알의 까만 씨를 심은 아버지
하늘 가까이서 받아 놓은 빗물을
열 살 먹은 아들의 두 손으로 주게 했다.

진통을 뚫고 나온 파란 떡잎
가는 떨림으로 노랗게 떨어지고
팔 굽힌 가는 줄기를 힘겹게 펴던 날
여리고 파리한 잎을 슬며시 내민다.
아침나절 아버지는 손을 비벼서
하늘길을 꼬아 몇 줄기 걸고는
엷은 미소를 지으셨다.

하루 해는 구멍 난 담장에 걸치고
푸른 잎을 등에 업은 줄기들
하늘길을 한 바퀴나 타고 올라
처마 밑 제비 식구의 저녁상을 탐낸다.
초여름의 하늘이 높던 날
별로 영양가 없을 빗물만 먹고도
온 우주를 품은 보랏빛으로
기적 같은 나팔꽃이 피어올랐다.
아버지와 난 고개를 들어
고마운 웃음을 지었다.

실바람 타고 제비네 강남 길 떠나던 날
제 몸을 담장에 늘어뜨린 나팔꽃은
까만 씨를 열두 광주리에 남기고
제자리를 사랑하는 이웃 분꽃에게 넘겨주었다.
하늘길을 힘차게 타고 오르던 나팔꽃이
그립다. 석양 걸친 하늘길 따라가신
아버지가 많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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