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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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산책

박후식 0 1843
저자 : 박후식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7     출판사 :
사소한 산책 / 박후식



산을 내려왔다 산은 많은 것을 나에게 주는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산에게 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             
숲길은 나무만큼의 깊이로 늘 고요했고                                 
푸른 나뭇잎 줄기 사이로는                                   
청빈한 아침햇살이 나에게 들어왔다

우체국 옆 근린공원길에 들어섰을 때                         
도시를 닮은 한 소녀가 강아지를 앞세우고 가고 있다             
목이 풀린 강아지는 여기저기 코를 찍어댔다가
뒤쪽다리를 치켜 올렸다가 여간 즐거운 것이 아닌 모양이다
목이 풀린 사소한 산책이 강아지에게는
하늘이 열린 만큼이나 즐거웠을까

묶인 우리의 산야는 할 말을 잃은 채                     
강 건너 슬픈 마을처럼 오늘도 그대론데 말이다           
산을 내려왔다
산은 많은 것을 나에게 주는데 
나는 산의 아픔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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