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단상
체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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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8 14:58
저자 : 이영균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7년
출판사 :
잠의 단상
이영균
어쩌다 한 번쯤은 망가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매일 조금씩 자라는 어두운 구석들
우뚝 서고자 하는 욕망은
숲 속의 수목처럼 울창하기만 한데
뿌리를 내리기도 전
솎음의 사정 바람이 불어 닥쳐
바람 앞에 등불이다
두 다리와 등뼈에
온 힘을 다해 버텨보지만
사정 바람 앞에선 무력하기만 한 정년
피 같이 파릇한 젊음의 숲
다 내어주어야 하는
가족들에게 들려줄 말과 노래가
어둠의 구석이 되고 마는 시간이다
무엇이든 저물 땐
길게 드러누운 채 쉬 어두워진다
욕망의 꿈들이 푸른 춤을 멈출 때나
폐허 같은 몸이 길게 쓰러지면
피가 마르는 시간이다
몸 내던진 소파에서 꿈틀거리다가
이내 축 늘어지는 육신
혼미한 정신 속 기력이 거기서
희끗희끗 자작나무가 되면
누가 밀어 벼랑으로 추락한다 해도
차라리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못했으면
이영균
어쩌다 한 번쯤은 망가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매일 조금씩 자라는 어두운 구석들
우뚝 서고자 하는 욕망은
숲 속의 수목처럼 울창하기만 한데
뿌리를 내리기도 전
솎음의 사정 바람이 불어 닥쳐
바람 앞에 등불이다
두 다리와 등뼈에
온 힘을 다해 버텨보지만
사정 바람 앞에선 무력하기만 한 정년
피 같이 파릇한 젊음의 숲
다 내어주어야 하는
가족들에게 들려줄 말과 노래가
어둠의 구석이 되고 마는 시간이다
무엇이든 저물 땐
길게 드러누운 채 쉬 어두워진다
욕망의 꿈들이 푸른 춤을 멈출 때나
폐허 같은 몸이 길게 쓰러지면
피가 마르는 시간이다
몸 내던진 소파에서 꿈틀거리다가
이내 축 늘어지는 육신
혼미한 정신 속 기력이 거기서
희끗희끗 자작나무가 되면
누가 밀어 벼랑으로 추락한다 해도
차라리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못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