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케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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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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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케니지

이성두 0 550
저자 : 이 성두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8.2     출판사 :
호프 케니지
            허을 이성두


어께에 내린 어둠을 털어내며
사내들이 하나둘 찾아든다
사연이야 제각기 다르겠지만
하늘은 언제나 높이가 같고
구름 밑은 언제나 높낮이가 다르다
날씨는 술꾼들의 성씨처럼 유별나지만
테이블의 이야기는 공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주점 안의 이야기는 현관 밖을 나서지 못한다
누구도 술의 족보를 논하는 이는 없고
지루한 인생의 하루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쓰러진 술병 곁에는 버려진 낱말들이 쌓여간다
그렇게 저녁의 달콤함에 빠져 있는데
웃으며 그림자 몇이 바람처럼 들어오고
휘청이며 그림자 몇이 공기처럼 빠져나간다
홍일점 목소리는 취한 사내들의 귀를 간지럽힌다
모두가 의식이 무장해제되어 술향기에 젖어갈 때쯤
한 무리 은하를 거느리고 북극성이 먼 산을 넘고
조각달이 뿌려놓은 은빛이 세상구석구석 그윽한데
찌든 생활의 구조신호를 희망에게 요청하지만
이 밤도 여지없이 인생은 술집이 된다
잘나고 못난 것 부질없이 만드는게 세월인 것을
마음은 얼마나 인생이란 사물의
가로세로와 높이를 어렵사리 쟤 왔던가
모두 춤추는 허수아비처럼 쓸쓸하고
낙엽 흩날리는 밤처럼 외로운 일인데

살아온 날에 부끄러움이 있어 잔을 비우고
살아온 날에 부끄러움이 없어 잔을 채운다

허전한 모서리마다 사랑은 찾아오고 사랑은 떠나갔다
누구나 살아온 가슴속은 다르겠지만
이곳 케니지에서 술의 취기는 공평하게
사내들의 심장을 적셔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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