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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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생각하며

김용화 0 392
저자 : 김용화     시집명 : 감꽃 피는 마을
출판(발표)연도 : 1997     출판사 : 시와시학사
술을 생각하며

 

철나기 전부터 술을 배웠다
풀밭에 쓰러져 잠들면
할머니는 닭 쫓던 막대를 들고
풀섶을 헤치며 찾아다니셨다
사낸 술을 먹을 줄 알아야 한단다
밥상머리에서 술을 따라 권하며
아버지도 함께 거드셨다
이산 넘고 저산 넘어
할머니 앞장서 고모네 집에 가면
밥보다 술상이 먼저 들어와
친정 조카를 맞이하곤 했다
어른들 안 계실 땐 아이들 모아 놓고
번갈아 술을 먹인 다음
얼굴이 발개져 맴을 돌았다
삐뚤삐뚤-
고추잠자리도 함께 취해 맴을 돌았다
스물한 살 사내 땐
한 여자를 사랑하다 그 술을
실컷 퍼먹고
눈 속에 코를 박고 잠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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