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맘 때
박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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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07:21
저자 : 박인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8.12.12
출판사 :
겨울 이맘 때
전깃불 없는 시골의 겨울밤은
태초의 흑암과 깊음의 시간에 머물고
가물거리는 호롱불 아래
부친(父親)은 얘기책을 읽으며 밤을 쫓고
찬바람이 창호지 문을 두들겨도
허접스런 옷을 걸친 어머니는
식구들의 구멍 난 양말짝에
밤새 낡은 천 조각을 갖다 붙였다.
칠흑으로 덥힌 산촌마을에
적막(寂寞)을 깨는 다듬이 소리는
일정한 선율(旋律)의 시간을 구성하여
지루하고 긴 밤에 낭만을 안겨주었다.
별들은 허공에 얼어붙어
아침이 오기를 고대(苦待)하지만
이따금씩 개짓는 소리가
한 곡조 피리소리처럼 정겹기만 했고
불빛이 찬란(燦爛)한 시대에는
그 시절 관습과 양식이 사라졌지만
마음 깊이 저장(貯藏)된 데이터를
겨울 이맘때면 나는 불러오기를 한다.
2018.12.12
전깃불 없는 시골의 겨울밤은
태초의 흑암과 깊음의 시간에 머물고
가물거리는 호롱불 아래
부친(父親)은 얘기책을 읽으며 밤을 쫓고
찬바람이 창호지 문을 두들겨도
허접스런 옷을 걸친 어머니는
식구들의 구멍 난 양말짝에
밤새 낡은 천 조각을 갖다 붙였다.
칠흑으로 덥힌 산촌마을에
적막(寂寞)을 깨는 다듬이 소리는
일정한 선율(旋律)의 시간을 구성하여
지루하고 긴 밤에 낭만을 안겨주었다.
별들은 허공에 얼어붙어
아침이 오기를 고대(苦待)하지만
이따금씩 개짓는 소리가
한 곡조 피리소리처럼 정겹기만 했고
불빛이 찬란(燦爛)한 시대에는
그 시절 관습과 양식이 사라졌지만
마음 깊이 저장(貯藏)된 데이터를
겨울 이맘때면 나는 불러오기를 한다.
2018.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