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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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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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

봄비전재복 0 374
저자 : 전재복     시집명 : 연지당 사람들
출판(발표)연도 : 2016     출판사 : 창조문예사
* 발아 / 전재복



    그대가 가슴을 열어
    받아주기 전엔
    나는 그냥
    꿈을 품은 작은 씨앗이었어
    진열대 위 빳빳한 종이봉투 속
    끝모를 내 기다림의 한계였지

    기름진 땅이 아니면 어때
    툭 던져진
    옹골찬 작은 알갱이 하나
    무심히 받아 들었다가
    별 뜻 없이 품었다 해도 괜찮아

    시간이 멈춰버린 단단한 껍질
    밝음을 향한 핏빛 열망으로
    하루 이틀 혹은 사나흘
    온몸으로 부딪혀 깨고 말거야

    진땀나는 어둠의 터널을 지나
    마악 껍질을 벗고 나온
    민낯의 수줍은 내 손
    맨 처음 잡아주는 이
    그대였으면 참 좋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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