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고마운 바람 - 벌초를 하며 - 김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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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고마운 바람 - 벌초를 하며 - 김귀녀

김귀녀 0 438
저자 : 김귀녀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9     출판사 :
참, 고마운 바람 - 벌초를 하며 - 김귀녀


경북 영주 고향 산소에 벌초 간다. 풀이 어른 허리까지 자라고
칡넝쿨이 소나무를 타고 능선을 만들고 지난 태풍에 쓰러진 소
나무가 산소를 뒤덮었다.  저 소나무 저 소나무 어쩌지? 눈앞이
캄캄해진다.  남편은 말없이 예초기를 돌리며 조용한 부모님을
깨운다. 막내아들 왔어요. 자유롭게 자란 풀들을 자른다.
가을바람에 놀란 노란마타리도 쓰러진다. 소나무를 잘라내야
했다 부모님을 누르고 있는 저 소나무를 그냥 두고 갈 수가 없다
톱과 낫으로 작은 가지부터 잘라낸다. 남편의 얼굴이 하얗다.
핏기가 없다. 시체같이 표정이 없다 근력이 고갈되는 것이 멀리
서도 보인다. 자리를 펴고 남편을 잠시 그늘진 곳에 눕히고 나니
걱정이 앞선다. 이 두메산골에서 무슨 일이 라도 생기면 나는 어쩔
것인가 두려움이 앞선다. 시체처럼 누워있던 남편이 다시 일어나
작업에 몰입한다. 남편은 벌초를 끝내고나서 큰 절을 올리고는 “
편히 계세요” 제가 살아 있을 때까지 오겠습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잔에 소주를 따르더니 그리고는 다시 하얗게 쓰러진다.
코끝이 찡하다 가슴이 서늘하면서 울컥 눈물이 난다.  그늘에
자리를 펴고 남편을 뉘이고 난 그 옆에 앉아 소리 없이 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남편이 깨어난다. “ 아~ 시원하다“ 내
평생 이렇게 시원한 바람은 처음이네 ” 곧 죽을 것 같았던 새하얀
얼굴에 생기가 돌고 웃음이 가득 찬다. 주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돌아오는 길에도 수없이 가슴이 울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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