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고마운 바람 - 벌초를 하며 - 김귀녀
김귀녀
0
438
2019.08.31 10:45
저자 : 김귀녀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9
출판사 :
참, 고마운 바람 - 벌초를 하며 - 김귀녀
경북 영주 고향 산소에 벌초 간다. 풀이 어른 허리까지 자라고
칡넝쿨이 소나무를 타고 능선을 만들고 지난 태풍에 쓰러진 소
나무가 산소를 뒤덮었다. 저 소나무 저 소나무 어쩌지? 눈앞이
캄캄해진다. 남편은 말없이 예초기를 돌리며 조용한 부모님을
깨운다. 막내아들 왔어요. 자유롭게 자란 풀들을 자른다.
가을바람에 놀란 노란마타리도 쓰러진다. 소나무를 잘라내야
했다 부모님을 누르고 있는 저 소나무를 그냥 두고 갈 수가 없다
톱과 낫으로 작은 가지부터 잘라낸다. 남편의 얼굴이 하얗다.
핏기가 없다. 시체같이 표정이 없다 근력이 고갈되는 것이 멀리
서도 보인다. 자리를 펴고 남편을 잠시 그늘진 곳에 눕히고 나니
걱정이 앞선다. 이 두메산골에서 무슨 일이 라도 생기면 나는 어쩔
것인가 두려움이 앞선다. 시체처럼 누워있던 남편이 다시 일어나
작업에 몰입한다. 남편은 벌초를 끝내고나서 큰 절을 올리고는 “
편히 계세요” 제가 살아 있을 때까지 오겠습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잔에 소주를 따르더니 그리고는 다시 하얗게 쓰러진다.
코끝이 찡하다 가슴이 서늘하면서 울컥 눈물이 난다. 그늘에
자리를 펴고 남편을 뉘이고 난 그 옆에 앉아 소리 없이 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남편이 깨어난다. “ 아~ 시원하다“ 내
평생 이렇게 시원한 바람은 처음이네 ” 곧 죽을 것 같았던 새하얀
얼굴에 생기가 돌고 웃음이 가득 찬다. 주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돌아오는 길에도 수없이 가슴이 울컥거린다.
경북 영주 고향 산소에 벌초 간다. 풀이 어른 허리까지 자라고
칡넝쿨이 소나무를 타고 능선을 만들고 지난 태풍에 쓰러진 소
나무가 산소를 뒤덮었다. 저 소나무 저 소나무 어쩌지? 눈앞이
캄캄해진다. 남편은 말없이 예초기를 돌리며 조용한 부모님을
깨운다. 막내아들 왔어요. 자유롭게 자란 풀들을 자른다.
가을바람에 놀란 노란마타리도 쓰러진다. 소나무를 잘라내야
했다 부모님을 누르고 있는 저 소나무를 그냥 두고 갈 수가 없다
톱과 낫으로 작은 가지부터 잘라낸다. 남편의 얼굴이 하얗다.
핏기가 없다. 시체같이 표정이 없다 근력이 고갈되는 것이 멀리
서도 보인다. 자리를 펴고 남편을 잠시 그늘진 곳에 눕히고 나니
걱정이 앞선다. 이 두메산골에서 무슨 일이 라도 생기면 나는 어쩔
것인가 두려움이 앞선다. 시체처럼 누워있던 남편이 다시 일어나
작업에 몰입한다. 남편은 벌초를 끝내고나서 큰 절을 올리고는 “
편히 계세요” 제가 살아 있을 때까지 오겠습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잔에 소주를 따르더니 그리고는 다시 하얗게 쓰러진다.
코끝이 찡하다 가슴이 서늘하면서 울컥 눈물이 난다. 그늘에
자리를 펴고 남편을 뉘이고 난 그 옆에 앉아 소리 없이 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남편이 깨어난다. “ 아~ 시원하다“ 내
평생 이렇게 시원한 바람은 처음이네 ” 곧 죽을 것 같았던 새하얀
얼굴에 생기가 돌고 웃음이 가득 찬다. 주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돌아오는 길에도 수없이 가슴이 울컥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