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길 - 김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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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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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길 - 김귀녀

김귀녀 0 388
저자 : 김귀녀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9     출판사 :
바람길 - 김귀녀


아이들이 다 떠난 텅 빈 운동장으로 호미자루 같은 허리가 빈유모차를
밀고 온다. 집안에만 있기가 갑갑하다면서 길을 찾아 선뜻 운동장으로
들어선 할머니들은 80이 훨씬 넘고 90세에 이르신 할머니들
이다 그들은 그늘진 벤치에 놓여있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한 숨 섞인
푸념들을 쏟아 놓으신다. 나 역시 손자 녀석을 학원에 들여보내고 길을 찾아 나선 똑
같은 신세 할머니들의 푸념은 끝이 없다 아들 이야기서부터 며느리 이야기에 이르기 까지
며느리 눈치 보느라 편안한 마음으로 전화한번 못하고 출근길에 바삐 안부를 묻고는
금방 끊어 버린다고. 유복자를 키우느라 고생한 주름진 할머니의
얼굴엔 세월을 느끼게 하는 깊은 근심이 자글자글하다 온갖 고생 다하며
애써 키운 아들은 며느리 차지가 되었다고.안부조차 없고 어쩌다 한번 통화
할라 치면 며느리한데 들킬세라 쏜살 같이 끊어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할머니는 얼마 전 대 수술을 받고 큰 아들 집으로 갔는데
3일이 지나니 며느리 하는 말 “ 어머니 이제 집에 가시면 안 될까요 ?
밥은 제가 해서 나를게요. “ 하더란다. ” 그래 그럼 네가 삼시세끼 밥해
올 수 있니?” 물었더니 아무 대답을 못하더란다. 옆에서 듣던 큰 아들이
동생한데 모셔가라고 전화를 했는지 그 이튼 날 둘째 아들이 데리러
와서 작은 아들네 집에서 한 달 조리를 하고 얼른 집으로 자진해서 돌아
왔다는 이야기에 내 마음은 온통 찬 서리에 맞은 듯하다.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가.
바람 길을 찾아든 할머니들의 이야기들은 어둠이 땅을 삼킬 때쯤
쓸쓸한 뒷모습을 남긴다 아무도 반기는 사람 하나 없는
집을 향해 가기 싫은 듯 느린 발걸음으로 몇 발짝 가다 쉬고 몇 발짝
가다 쉬면서 빈유모차를 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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